[이슈분석]디스플레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준비 시급…"오래된 라인 활용이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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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 내 중국과 대만 업체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설비투자 감가상각이 끝난다. 이들은 더 높아진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을 압박해 올 것이다.”

“초기 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경쟁에 그쳤지만 이제는 한국과 일본·중국·대만의 협력체와 싸워야 한다. 이들에게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기존과는 다른 획기적인 제조혁신이 필요하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특히 LCD 패널 부문에서는 중국과 한국 간 기술 격차가 거의 없는 데다 2016년이면 패널 생산량도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근 전통적인 장치산업인 디스플레이 분야에 다품종 소량생산체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LCD 기술이 범용화되면서 더 이상 기술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어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은 기존 TV,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과 TV가 사물인터넷(IoT) 산업으로 이동,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다양한 구조와 설계 등이 필요해지면서 ‘맞춤형’ 공정 기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성·차별화를 원하는 이러한 신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기에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어느 시장이 얼마나 확대될는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지만 미리 대비를 해놓고 있지 않으면 시장이 급격하게 열릴 때 대응력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응용과 사용처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나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은 기존 대기업과의 거래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틈새·특수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중소중견 모듈·세트업체들과 관계를 탄탄히 해놓을수록 혁신 제품 개발이 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해 새롭게 라인을 설치하기보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기존 라인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다품종 소량생산에는 △창문 크기에 맞는 다양한 투명디스플레이 △냉장고 등 투명도어 디스플레이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디지털 사이니지 △군사·의료·항공·교육·게임 등 특수 디스플레이가 적합한 품목이다.

석준형 한양대 융합전자공학과 특임교수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이 무척 많다”며 “이를 위한 별도의 6·7·8세대 신규라인 건설이 쉽지 않은 만큼 구식 설비와 생산성 문제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4세대 이하 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기존 오래된 라인을 사내 벤처 형태로 스핀오프해서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의 개발·생산 산실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나아가 외부의 참신하고 시장성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성과를 공유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형태로 기술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는 것도 좋은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갖추려면 이에 맞는 생산 기술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디지털 노광기가 필수장비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 일정을 단축하고 크기별로 유연성 있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3D프린터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장비 중 하나다. 구글에 인수된 모토로라가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조립식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모 디스플레이 업체에서도 3D프린터를 활용해 부품 제작을 연구 중”이라며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는 만큼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에서는 더욱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정한 품질과 인건비 최소화를 위한 제조용 로봇 도입도 검토해볼 수 있다. 대만 폭스콘은 최근 로봇을 도입해 무인화·자동화를 전략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다품종 소량 패널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라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며 “삼성·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이들 패널을 받아 제품화하는 모듈·세트 기업까지 이러한 수요나 정책적 필요에 공감하는지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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