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잘 나왔다.”
8일 발표된 4분기 잠정실적에 대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의 평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4조원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들었고, 올해 들어서도 5조원을 조금 넘는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받았다는 것이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이날 실적에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4조원을 간신히 넘는 ‘어닝쇼크(실적악화 충격)’ 실적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보자’는 내부 분위기가 고조돼 1분기부터는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이 악화된 무선사업부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도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사업부 주도로 실적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브드 UHD TV 통했다
CE부문 영업이익 대부분을 책임지는 TV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로 우려가 컸다. 일각에서는 치고 올라오는 중국·일본업체를 견제하느라 마진 확보에 실패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500억원)와 비교해 10배 이상 늘어난 5000억 이상으로 예측됐다. 증권가에선 TV시장 최대 성수기인 4분기를 앞두고 3분기에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그 결과 4분기 실적이 큰 폭 개선됐다는 평가다. ‘커브드(곡면)’와 ‘4K 초고화질(UHD)’ TV를 강력히 밀었고 이것이 통했다는 것이다.
올해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삼성이 주도권을 확실히 쥔 4K UHD TV시장이 큰 폭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업체도 예상만큼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는 평가다. 윤부근 CE부문 대표는 10년 연속 TV 1등을 위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생활가전에서는 아직 큰 폭의 흑자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윤부근 대표가 사물인터넷(IoT)의 결정체로 ‘삼성 스마트홈’을 강력히 밀고 있어 서서히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D램 호조, 시스템LSI 적자 축소
반도체 실적은 업황 호조로 지난해 분기마다 성장했다. 여기에 제조사가 시장 수요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PC D램 수요 약세에도 높은 가격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이뤄냈다. D램 영업이익은 지난 3분기 2조3000억원대에서 4분기 2조5000억원대로 늘었다. 낸드플래시메모리 영업이익은 가격 하락으로 소폭 줄었지만 시스템LSI 손실 규모를 3분의 1 선으로 축소시켰다.
반도체 사업은 올해도 실적 개선을 이어간다. 4분기에 이미 매출 10조원 벽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분기 11조원대를 유지하고, 하반기에는 12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 유력하다. 영업이익은 하반기부터 3조원대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손실을 기록해온 시스템LSI 부문의 실적 개선도 기대를 모은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에 100억원대 수준으로 적자폭을 줄이고, 이르면 3분기 흑자 전환을 내다본다.
◇스마트폰, 불안한 반등
IM부문도 지난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체 판매량은 줄어들면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4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3분기보다 무려 6.4% 감소한 7400만대 정도로 추정했다.
4분기 IM부문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재고 처리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을 줄이면서 비용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원달러 환율이 3분기 대비 4분기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착시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판매량은 줄어들어 실질적인 수익 개선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분석가들은 IM부문이 실적개선을 위해서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2조원 이상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인업을 줄이면서 새롭게 선보인 중저가폰들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가 향후 실적 상승의 열쇠라는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