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살리기 찬물 끼얹는 중기 대출 축소

지난 5일 중소기업진흥공단 홈페이지 서버가 멈췄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융자 신청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중진공은 급기야 8일부터 권역별로 신청을 접수하기로 했다. 매달 신청 접수를 격월로 줄인 탓도 있지만 더욱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빌리려는 중소기업이 워낙 많아 발생한 접속 폭주다. 정책자금 규모를 줄였는데 신청 기업이 늘어났으니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 은행 기업 대출이 올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올해 기업 대출을 축소할 태세다. 구조조정에 직면할 정도로 은행도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자칫 부실을 야기할 기업 대출을 꺼린다. 여기에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 대한전선 분식회계로 주식가치 폭락, 무역보험공사 모뉴엘 보험금 지급거부 등으로 은행이 입은 손실도 크다. 기업 대출을 늘리기는커녕 줄일 판이다. 그 부담이 모두 중소기업에 전가될 전망이다. 대출금 조기 상환까지 간다면 최악이다. 이른바 ‘흑자도산’도 나올 수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당장 불안하다. 모뉴엘 사태로 무역보험공사와 소송까지 불사하는 은행들이 무보 보증 기업 대출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은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한가한 소리만 한다. 7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국무총리, 여야 대표가 앞다퉈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했지만 중소기업 체감 정책과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대출을 해주라는 게 아니다. 그간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아 신용을 쌓은 중소기업이라면 일시적 경영난을 겪더라도 대출에 배려를 해주라는 말이다. 은행들은 이런 신용 평가보다는 거래량과 매출규모로 일부 기업만 선별하고 나머지 중소기업에 대출을 모두 죌 가능성이 높다. 일선 대출 창구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유망 중소기업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밀릴 수도 있다. 최소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예방 조치도 하고 지속적으로 은행 기업대출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