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도전받는 한국디스플레이산업

오늘의 디스플레이산업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힌 채 소용돌이 속에 돌아가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생산에 원가의 60~70%가 소재부품비로 들어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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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던 ‘대한민국 디스플레이호’라는 거함이 근래 들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 LCD 생산량이 급증했고, 효자 노릇하던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마저 한풀 꺾였다. 거함 여기저기서 비상등이 켜졌다.

디스플레이 작년 수출이 전년 대비 9% 줄었다. 올해는 연간수출은 7%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예측했다. 그동안 우리 디스플레이업계는 과거처럼 투자를 하지 않았다. 장치산업 특성상 투자를 멈추면 따라 갈 수가 없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패널 업체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방 보급망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터치패널 업체들이 보릿고개를 넘기다 못해 생존의 기로에 섰다. 값싼 중국산 침투와 국내 공급물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광학필름업체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또 무시당했던 LCD는 커버드 UHD 등 변종의 등장으로 예상외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고, 믿었던 OLED는 주춤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한 우리 기업들이 공들여 닦아놓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할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모두들 기술 차별화·기술 장벽 등을 이야기한다. LCD는 이제 범용 기술이 됐다고 보는 게 맞다. 중국이 언젠가는 따라오게 돼 있다. 우리는 절박하다.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렸던 디스플레이 종주국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전열을 다시 정비해보자.

첫째, 후발자의 추격에 간격을 유지하려면 우리의 축적된 생산기술력 우위를 더 다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패널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기술을 한 단계 더 올려놓아야 한다. 한국업체의 공정능력과 생산기술력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한국 장비 기술력과 결합해 제조·공정혁신을 한 단계 더 올려야 한다.

둘째, 우리가 확실히 앞서있는 부문 즉, 대형 OLED TV 공정기술인 LTPS 산화물반도체와 플렉시블 OLED 관련 기술혁신으로 더 격차를 벌려야 한다. 지금보다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잉크젯 프린팅기술 등 어렵고 리스크가 큰 혁신기술을 실현시켜야만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셋째,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규 수요가 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 선제 대응하고 시장이 열리도록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 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에 매여 쳐다보지 않았던 분야 즉, 자동차용 디지털 사이니지 투명디스플레이나 의료·교육용 디스플레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만 시장이 열릴 때 주도권을 유지할 수가 있다. 한국 업체들은 시장이 커질 때까지 관망만 하다가 시장이 형성되면 급하게 페달을 밟는다. 이제는 글로벌 제조업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범용 제품들은 어차피 중국이 잠식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세대 시장이 요구하는 다양성 있는 차별화 제품을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에도 미리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

모두들 창조를 이야기하고 혁신을 부르짖는다. 문제는 방법이고 절박감 있는 대응책 마련이다. 글로벌 시장은 변하고 있고 제조업도 유연성과 다양성으로 변해야 살아남는다. 과거에 가지 않았던 새롭고 더 힘든 고난의 길을 거쳐야만 위기를 넘어 디스플레이 종주국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

석준형 한양대 융합전자공학과 특임교수(前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연구소장) junsouk@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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