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乙未年)을 맞아 새로운 시작과 도전에 나서는 우리나라 산업계는 다시금 수출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에 승부수를 던진다. 엔화 하락과 중국의 부상 등 만만치 않은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첨단 기술과 양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조선과 함께 새해에도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쌍두마차가 될 전망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도 시장 다변화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또 콘텐츠, 소프트웨어(SW) 산업도 내수 부진의 활로를 수출에서 찾는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의 55.9%를 책임진 해외 수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와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 확대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악재와 세계 경기침체 가운데 일군 결과로 ‘수출 입국’의 전통을 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 연착륙과 저유가로 인한 신흥국의 경기 불안이 계속되면서 수출 부진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재도약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위협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시장의 최대 경쟁자로 일본 업체를 꼽는 배경이다.
주요 연구 기관의 수출 전망에도 이 같은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4.3% 증가한 6010억달러를 기록, 사상 첫 수출 6000억달러 시대에 들어설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도 세계 경기의 점진적 회복에 힘입어 3.6%, 4.5%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품목별로 따져보면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각각 6%, 6.9% 증가해 659억달러와 343억달러로 수출을 이끌지만 이들이 쓰이는 무선통신기기와 가전 수출은 각각 4.6%, 0.2% 하락해 277억달러, 148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신흥국 중심의 판매 단가 하락과 후발업체의 공세가 복합적으로 얽혔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FTA 확대에 힘입어 각각 3.8%, 2.6% 늘어난 515억달러, 278억달러 수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은 2년 연속 수출 성장률이 하락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별로는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 우려가 커졌다. 연 8%가 넘는 고성장을 지속하던 중국이 구조개혁과 경제 성숙에 따른 성장세 둔화에 접어들면서 과잉 투자에 따른 경착륙 가능성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중국 수출품 중 84%를 차지하는 중간재의 55%가 중국 내수 시장으로 들어간다”며 “최종재 16% 등 중국 수출 중 71%가 중국 경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이 26%에 달하는 만큼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까지 포함하면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20%가 중국 경기 변동의 영향권에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유가로 인한 석유제품 수출 감소, 미국의 출구전략과 엔저로 인한 일본 업계의 가격공세도 우리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품목별로 맞춤 대응 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는 14나노 핀펫 공정 등 국산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에 힘입어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하지만 무선통신기기 수출 하락에서 드러나듯 중저가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원가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인한 과잉 공급을 이겨내야 하는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한국 차에 대한 선호도 상승과 품질 개선, 다양한 모델 출시로 수출 증가가 예상되지만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생산 확대가 수출 증가세 둔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올해 9월 유로6 기준 대응에 따른 질소산화물 후처리장치 신규 부착으로 인한 원가 상승,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경쟁 심화, 일본의 엔저 공세도 복병으로 꼽힌다.
결국 지속적인 ‘수출 입국’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한 차별화가 1순위로 꼽힌다. 기존 시장에 없던 차세대 신제품을 출시해 새 시장을 선도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의미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디스플레이의 경우 대형화, 저전력화, 고해상도 구현, 원가 절감을 위한 공정 및 성능 개선 노력과 함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TV, 플렉시블 등 차세대 신제품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웨어러블 디바이스 대응과 자동차와의 융·복합 대비도 시급하다.
가전은 스마트홈, 프리미엄 모델 등 차세대 혁신 제품의 지속적인 출시를 통해 시장을 개척할 것을 주문했다. 지역별 원자재 수급을 다변화해 원가 절감과 수급 안정화에 초점을 둘 것도 지속 성장을 위한 카드로 제시됐다.
게임·방송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은 아시아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다. 아시아권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게임이 선두에 설 전망이다. 국내 기업 간 협력을 통한 통합 제품으로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SW는 올해가 해외 수출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단위:%, 억달러 / 자료:국제무역연구원, 성장률은 전년대비>
<단위:% / 자료:한국개발연구원>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