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멈추지 않는 `혁신` 정책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세계 주요 국가의 혁신 정책 추진 현황

세계 경제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회복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환율 변수가 여전하고 시장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는데다 내수 수요마저 전반적으로 부진해 각국 정부의 고민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좋지 않은 대내외 여건은 세계 각국이 한시라도 혁신에 소홀할 수 없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 세계 주요 국가는 자국 경제와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혁신 정책을 끊임없이 펼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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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크시티에 입주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모습

세계 각 나라 정부가 경제와 산업 정책 측면에서 혁신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세계 경제는 연초 낙관적인 기대와 달리 선진국 경기 급등락과 개도국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둔화세가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하반기 들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을 정도다.

새해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세계 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으나 정책 변수와 정정 불안 우려로 상대적으로 더디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현 수준의 성장률은 유지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세계 경기 둔화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시련을 겪은 후로는 어느 경제대국도 안심하고 지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주요 선진국이 ‘혁신’ ‘창조’ 등을 키워드 삼아 오래 전부터 자국 경제와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온 이유다.

영국은 지난 2008년 기존 창조경제 정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8개 분야 26개 과제를 담은 중장기 계획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 New Talents for the New Economy)’를 발표했다. 8대 분야에는 △연구·혁신 지원 △자금·성장 지원 △지식재산 장려·보호 △글로벌 창조허브 구축 등이 포함됐다. 창조산업 발전 프로젝트, 창조적 혁신가 성장 프로그램, 복합 미디어센터 설립 등 구체적인 세부 계획도 함께 마련됐다.

당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영국이 당면한 도전 요인으로 세계화·안보·환경 등 세 가지를 꼽고, 혁신·창조산업·금융산업 등에서 정부 정책 개혁을 강조했다.

과거 영국이 산업혁명의 발생지로서 크게 성장했으나 제조업 경쟁에서 뒤지면서 경제 성장마저 둔화되자 새로운 창조산업으로 신 부흥을 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 중동부 지역을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 기술벤처 집적지로 육성하겠다는 ‘테크시티’ 계획이 나왔다. 런던 동부에 위치한 테크시티는 1300개가 넘는 디지털 기업이 입주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광고·미디어에서 게임·모바일·금융까지 다양한 기업이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미국은 제조업 혁신에 나섰다. 한동안 제조업을 등한시하면서 자국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된데다 중국 등 후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첨단 제조업에서 과거만큼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로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기술인프라 순위는 지난 2001년 47위에 머물렀으나 2013년 20위로 높아졌다. 과학인프라 순위도 같은 기간 26위에서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제조업 혁신과 고도화에 힘을 실었다. 첨단 제조업 발전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로 떠난 자국 기업의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유턴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 정부는 2012년 ‘미국 경쟁력 강화 재승인법’에 첨단 제조방식 연구개발(R&D) 전략을 규정했다. 기존 제조업을 재생하거나 새로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첨단 제조방식(Advanced Manufacturing)’으로 정의하고 지원을 강화했다. 미 대통령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국가 첨단 제조방식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첨단 제조 기술 투자 가속화 △첨단 제조 부문 인력 양성 △산학관 파트너십 구축 △공공·민간 R&D 투자 확대 등을 추진했다. 2014년 미국의 첨단 제조기술 분야 예산은 29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은 한발 앞서 제조업 혁신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독일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타 유럽 국가에 비해 굳건한 모습을 보인 것은 제조업 발전 정책에 기반한 수많은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독일은 오래 전부터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다투는 히든챔피언을 육성했다. 경기 불황이 닥쳐도 해당 분야에서 1~2등을 하는 제조기업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정적 여파가 적었다.

독일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10년대 들어서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지난 2010년 독일 정부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첨단기술전략 2020’을 수립했다. 에너지·통신·이동성 등 5대 중점 추진영역 아래 세부 과제를 만들었다. 독일은 이 중 주요 과제로 기존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가미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제조방식의 ‘스마트화’로 제조기업의 체질과 인프라를 한 단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고 신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현재 인더스트리 4.0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 제조업 혁신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앞으로도 이들 주요 국가의 혁신 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끊임없는 혁신만이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 국 정부의 혁신 정책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도 원점에서 재편한다는 각오 아래 지원 정책과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