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는 플렉시블 배터리가 주로 사용될 웨어러블 기기용 배터리 시장이 올해 6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18년에는 77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비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갈 플렉시블 배터리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급격한 형태 변화에도 수명과 성능을 유지하는 플렉시블 배터리는 플렉시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 차세대 전자제품의 핵심 요소다. 때문에 충분한 사용시간을 제공할 만큼의 에너지 밀도와 유연하게 휠 수 있을 정도로 얇기, 화학적 안전성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김영준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온전지는 대기와 수분에 노출되면 바로 고장 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알루미늄 파우치(외장재)나 캔으로 둘러싸고 있다”며 “이 알루미늄 소재는 탄성이 있긴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이 플렉시블 성능을 구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핵심 소재가 아니다보니 그동안 연구개발에 미진했던 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의 기술 수준은 플렉시블의 이전 단계인 ‘커브드’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플렉시블 기기에 필요한 에너지 밀도(사용시간)와 곡률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이 개발한 케이블형 플렉시블 배터리는 시장 기대에 가장 근접한 제품 중 하나다. 마음대로 접고, 구기면서 매듭까지 지을 수 있는 첫 제품이다. 특히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심하게 변형할 시 양극과 음극이 닿으면서 폭발이 발생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둘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gel)로 전환했다.
삼성SDI의 플렉시블 배터리 역시 커브드 수준을 넘어 반복해 구부리는 것이 가능하다. 독자 개발한 소재기술과 플렉시블 구조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종이컵을 감을 수 있는 정도라는 것 외에는 정확한 곡률과 용량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시판 중인 스마트 밴드 이상의 용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양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기술 개발은 완료했지만 생산 수율 확보를 위한 공정기술과 소재 개선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