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한국형 달탐사…내년 사업 한푼도 반영 안돼

한국형 달탐사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예산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내년도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내년 사업 위축은 물론 2020년 최종 발사 목표까지 수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4일 국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달탐사 사업을 위한 내년 예산 410억원이 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미래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당초 내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달 궤도선 시험발사를 목표로 한 1단계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1단계 사업 1차년도 예산이 410억원이었으나 하나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1차년도에 세부계획 수립, 국제협력, 일부 부품 설계 및 생산 등을 하려던 것이 모두 무산될 위기다.

특히 1단계 사업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협력을 추진해왔는데, 자칫 국제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달탐사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쪽지예산’ 논란과 ‘정치적 이유’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 추가로 예산안이 국회에 넘어왔고, 달 궤도선 시험발사 목표연도가 대선이 있는 2017년과 겹치기 때문에 정치적 이벤트라는 논란이 불거져서다. 하지만 예산안 제출이 늦어진 것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시기보다 1주일 늦게 나왔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미래부는 발사시기가 2017년이 된 것도 NASA와의 협력을 고려한 시점이라고 설명한다.

과학계 한 교수는 “달탐사는 정권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우주 기술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차질을 빚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항우연은 달탐사를 지속 추진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비록 예산 확보에 실패했지만, 그동안 진행해 온 항우연 기관 고유사업을 통해 최대한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항우연의 달탐사 연구조직을 위성 등 관련분야 연구원까지 포함한 TF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한다.

미래부는 1단계 사업이 조금 지연될 수는 있어도 2020년 최종 발사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기 미래부 우주정책과장은 “사전기획을 최대한 많이 수행하고, 예산을 확보한 뒤 곧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시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오는 16일 열릴 예정인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일정조정 등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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