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LPG가격 똑같이 떨어지는데 정유사는 울고 LPG수입사는 웃고

정유사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석유 제품을 판매하지만 정유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반면 LPG 수입사는 꾸준히 이익을 올렸다. 국제 유가 및 LPG 가격이 동반 하락했지만 재고평가 손실로 정유 적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 유가가 5개월째 하락하는 가운데 정유사와 LPG 수입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1위 정유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 핵심 사업인 정유 부문에서 22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를 포함하면 올해 정유 부문에서만 약 4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3분기 정유 부문에서 각각 1646억원, 186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사가 부진을 겪는 이유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고평가 손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구매해 정제·판매하기까지 2개월가량 소요된다.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를 구매할 당시보다 보유한 시점 가격이 더 낮아진다. 그만큼 재고자산 가치가 줄어들고 판가도 떨어져 수익이 악화된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재고평가 손실은 1900억원으로 정유 부문 영업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져도 일정 가격을 유지하면 원가를 절감하지만 하락이 지속되면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판매가격도 국제 제품가격을 따르기 때문에 마진폭을 조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LPG수입사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최대 수입업체인 SK가스는 3분기 누적 매출액 4조6067억원과 영업이익 112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E1도 매출액 5조1877억원, 영업이익 700억원을 각각 거뒀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모습이다. 국제 LPG 가격이 연초 대비 40% 가까이 하락했지만 정유사와 달리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LPG 가격은 사우디 아람코가 매달 발표한 시장가(CP)를 준용한다.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약 한 달이 걸린다. 때문에 LPG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는 약 한 달 사이에 가격이 내려도 수입사는 손실을 입지 않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은 시장 가격이 정해져 있고 매일 변동하기 때문에 재고 손익이 발생하지만 LPG 가격은 월별로 정해지고 국내에 반영이 뒤늦게 돼 재고평가 손실이 크지 않다”면서 “LPG 수입사는 직접 판가를 정하고 국내라는 한정된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정유사는 그렇지 못한 것도 큰 차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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