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지 전 편집장 마크 뷰캐넌은 책 ‘우발과 패턴’에서 전쟁, 지진, 산불 등 대형 재난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작은 사건 사고들이 계속 쌓여 임계점에 도달하면 커다란 재앙으로 이어지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해석이다. 모래알을 쌓아 만든 모래성처럼 어느 순간에는 하나의 작은 모래알이 떨어져나가 성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말이다.
초대형 산불의 이전과 이후에는 일정 횟수의 소형 산불이 발생하고, 국지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일정 수치에 이르렀을 때 더 큰 전쟁이 벌어진다.
뷰캐넌의 이 같은 주장은 우연이라 생각했던 자연과 인간 세계의 각종 대형 사고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패턴의 발견은 놀라움을 넘어 새로운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패턴에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하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대형 참사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뷰캐넌의 주장에서 주목해야 하고, 한편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 인간 사회에 대형 사건 사고의 발생이 임박한 임계 상황이 늘어나고,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에 대해 뷰캐넌은 즉답을 피했지만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학자들은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인간의 무사 안일한 행동, 끊임없이 이익을 거두려는 기업과 물질 만능주의, 다른 나라를 짓밟고서라도 강대국이 되려는 국가 이기주의 등을 거론하고 있다.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자연과 인간의 패턴을 분석하고, 임계점 이후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임계 상황까지 이르게 된 인간의 행동, 사회나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짚고 이를 완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까.
최근 수년간의 지역산업 예산 축소를 지켜보며 지역 경제가 이미 임계점에 달해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