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이대로는 안 돼" 산·학 뭉쳤다

국내 48개 중소 팹리스 기업과 78개 대학 연구실이 참여하는 ‘시스템반도체 산·학 협력포럼’이 발족했다. 기업과 대학간 협력사례는 많았지만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등 떠오르는 시장에 대응해 침체된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판교 한국반도체연구조합에서 ‘시스템반도체 산·학 협력포럼’ 발대식을 열고 운영계획을 공개했다. 기업, 대학, 정부 관계자가 참여해 반기별 1회 이상 운영위원회를 열고 효율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포럼은 국산화율이 낮고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이 4곳에 불과하고 팹리스-파운드리-수요기업간 연계도 취약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4년간 팹리스 기업의 성장이 정체했고 첨단 디지털 칩 개발비가 오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산학 협력포럼은 앞으로 모바일·스마트가전·사물인터넷·웨어러블 등 주요 분야별로 기술 교류회를 운영해 미래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키운다. 팹리스 기업이 필요한 기술수요를 파악하는 한편 기술 자문을 지원하고 애로사항도 듣는다.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 공동으로 ‘팹리스-장학금’ 제도를 운영, 졸업생 입사를 유도한다. 공동 인력채용 설명회도 연다.

발대식에서는 고질적으로 제기된 팹리스 기업의 인력 양성·유치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조중휘 인천대 교수는 미국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SRC(반도체연구조합) 사례를 벤치마킹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기업 제시형 연구개발 과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조 교수는 “주요 국책사업에서 산학협력 예산의 대학 비중이 지난 2011년까지 35%였으나 2008년 9%, 2013년 3%로 계속 줄었다”며 “기업과 대학이 프로그램을 이끌고 정부가 참여하는 형태의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9개 기업과 정부가 1대1로 예산을 조성해 지난해 착수한 ‘미래소자원천기술개발사업단’을 성공 사례로 들었다.

박인철 KAIST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소장은 “매년 수만명의 SoC 인력이 필요하지만 실제 대학이 배출하는 석박사급 인력은 연간 350명에 불과하다”며 “그나마도 대학 지원 연구비가 급감해 배출 인력이 계속 줄고 있고 지난 몇 년간 정부 투자금이 기업에 집중돼 산업이 고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개발 중심에서 ‘연구개발+교육’으로 바꿔 인력 양성에도 집중하도록 정부 지원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절실하다”며 “어느 분야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학생을 길러낼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화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과장은 “기업과 대학간 기술·인력 교류를 실제 예산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기업 스스로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