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덕 LG디스플레이 부사장(CTO)은 지난 20여년 넘게 디스플레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소재부품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했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1970년대 당시 국내에선 CRT, TFT 등 디스플레이 관련 자체 설비 기술이 전무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소재부품을 전량 수입해 왔다. 사실상 완제품 세트를 사는 것보다 부품(키트) 가격이 더 비쌌을 정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 부사장은 “당시 TV사업부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핵심 부품을 얼마나 많이 빨리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을 정도로 소재부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후 국내에서 주요 부품들을 국산화하는 데 15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모 업체와 공동으로 UV 배향 기술을 개발했다. 이 일본 업체는 관련 기술 개발에 15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곳이다. 무엇보다 이 업무를 동일한 사람이 계속해서 맡아 진행해왔다는 게 그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여 부사장은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UV 배향 관련 연구개발에 여러 업체가 도전했지만 대부분 포기했다”며 “소재 개발에는 인내심과 함께 끊임없는 도전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년간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해온 ‘테크포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데크포럼은 LG디스플레이가 주요 부품 소재 협력사와 상생해 미래 기술개발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 노력의 결과물로 OLED를 예로 들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처음으로 OLED TV를 양산했고, 최근 플라스틱 OLED 생산에도 성공했다. 또 원형 타입의 플라스틱 OLED까지 양산하면서 이 분야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 대부분이 소재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에 의한 것이라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소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관련 전담팀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외부 업체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TV·모니터 개발 담당, 개발 센터장을 역임하며 세계 최대 100인치 LCD 패널 개발을 주도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OLED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