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퍼스트무버형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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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준 국민대학교 에너지-IT융합 연구센터장(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우리나라 연구개발(R&D) 방식을 추격·모방형(패스트 팔로어)에서 선도·창의형(퍼스트 무서)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화두다. 그렇다면 퍼스트 무버형 R&D란 무엇이며, 기존과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모비컴(Mobicom) 콘퍼런스에 참가해 그 답을 구하려 했다. 모비컴은 모바일 컴퓨팅 분야의 세계 최고 학회로 발표논문 채택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모바일 강국인 우리나라도 아직까지 모비컴에서 정규논문을 발표한 적이 없을 정도다. 나는 무선통신 하드웨어 전공자로 컴퓨터 분야에는 문외한에 가깝고 모비컴 참가도 처음이다. 그래서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먼저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 이슈를 살펴봤다. 모바일 컴퓨팅은 스마트폰을 사용해 무선통신망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컴퓨터를 쓰는 환경을 의미한다. 따라서 모바일 컴퓨팅 관련 학회를 가보면 무선통신기술이나 스마트폰 응용논문 발표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올해 모비컴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이동통신이나 와이파이 기술뿐 아니라 위치인식, 사물인터넷, 주파수 이슈, 무선전력전송, 스마트폰 센서 등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과거 모비컴에서는 모뎀 및 네트워크 기술 등 전통적인 논문이 주류를 이뤘다. 이렇게 학회의 주 관심분야가 바뀐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년 전에는 무선통신망이 구축되는 단계이므로 그와 관련된 논문 발표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동통신망과 와이파이망이 어느 정도 구축된 단계다. 설치된 망을 효율적으로 잘 쓰고, 새로운 응용분야를 찾는 쪽으로 R&D 무게중심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퍼스트 무버형 R&D란 지금 가장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 창조적 리더들의 일하는 방식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모비컴에서 논문을 발표하려면 12페이지의 논문을 작성해야 하며 구현 결과가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올해 발표된 논문 수는 단 36편에 불과했다. 대부분 학회가 수백편의 논문을 여러 세션으로 나눠 발표하는 것과 비교할 때 선택과 집중이 돋보이는 학회임이 분명하다. 정부·산업체·대학의 역할이 분명한 것도 본받을 만하다. 학회 수준이 높은 만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퀄컴 등 쟁쟁한 스폰서를 유치했다.

가장 돈을 많이 후원한 스폰서는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이다. 학회 중에 NSF에서 연구자들과 미래연구 주제를 논의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R&D 전담기관의 역할이 관리가 아니라 적극적 과제 기획 및 지원임을 생각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산업체는 대학과 경쟁하기보다는 대학이 연구를 잘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로 대학에서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이투스 등 산업체는 개방형 공통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는 IT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대학에서 연구개발에 활용한다는 얘기를 들어보기 어려운 우리 현실과 극명하게 비교됐다.

결론적으로 모비컴에서 발견한 퍼스트무버형 R&D란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아이템을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 시스템에는 기술개발 방향에 맞는 전략적 연구테마 선정 및 구현 중심의 연구, 대화와 토론을 통한 지속적인 목표 조정, 신진연구자와 중년 연구자 간 역할 분담, 국가의 체계적이고 전략적 지원 및 정부·산업체·대학 간 업무 분장이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도 실정에 맞는 퍼스트 무버형 R&D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장병준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위성 CP(국민대 교수) bjjang@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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