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국, 첨단 반도체마저 점령…반도체 업계 위기감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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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업계에 중국발 비상등이 켜졌다. 정보통신(IT) 산업의 주력이었던 디스플레이·스마트폰에 이어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반도체 산업마저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nia)’로 뒤덮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사격이 현실화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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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주요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 <자료 : 산업연구원>

최근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책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설계 전문 업계(팹리스)는 정부 지원을 받아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몇몇 업체들은 인수합병(M&A)으로 세를 불리기까지 하는 모양새다. SMIC·JCET를 선두로 한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후공정(패키징)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외국계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통해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며 “퀄컴 등 시장 지배력이 높은 반도체 업체들도 중국의 성장이 두렵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국 반도체 업계는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해왔다. 하지만 시장 후발 주자였던 탓에 선두 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퀄컴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부터 대부분을 수입해왔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총 2557억달러로 전체 수입 품목 중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내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 수집 사태로 탈(脫) 미국 바람이 불면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중국반도체협회(CSI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은 총 3974억위안 규모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종전까지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9.2%씩 성장했다.

마 카이 중국 부총리는 작년 9월 “반도체 산업 육성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서 반도체 산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국가 IC산업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했다. 내년까지 자국 반도체 매출액을 작년보다 40% 성장한 3500억위안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1200억위안 규모의 공공 투자 펀드 설립과 조세 감면, 정부 구매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놨다. 베이징 지방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300억위안 가량의 ‘IC산업발전 주식기금’을 조성하고 인수합병(M&A) 전용 펀드를 만들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 정부 지원책의 초점은 시스템 반도체에 있다. 팹리스·파운드리·패키징을 각각 나눈 수직분업 체계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설비투자액이 많이 들고 이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체제가 구축돼 파고들 틈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는 종류가 다양해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 IT 산업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칩이 나오는 등 성장 가능성도 크다.

중국 정부의 지원책이 명확히 공개되진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막강한 자본으로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 정부가 완성품 업체들을 압박해 자국 칩을 사용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자국 팹리스에 파운드리 비용(NRE)의 30% 정도를 지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 포진한 자국 출신 고급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핵심 인력을 영입했을 때 드는 비용의 상당 부분도 정부가 댄다. SMIC는 28나노(㎚) 공정 등 차세대 공정기술을 중국과학원·칭화대와 함께 확보키로 했다.

최근에는 M&A까지 활발해지고 있다. 칭화대 산하 투자회사이자 중국 국영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차례로 인수했다. 양사가 협력해 업계의 주요 성장동력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지위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 국내 파운드리인 동부하이텍의 유력 인수 후보자도 중국 SMIC다. JCET는 패키징 업계 4위인 스태츠칩팩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지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들의 거센 추격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휘두르는 규제의 칼날도 원인이다.

대표적 강자인 퀄컴은 AP·모뎀칩 시장 1위지만 중국에서는 좀처럼 점유율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대신 스프레드트럼이 3세대(3G) 모뎀과 AP를 통합한 보급형 제품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제품에 탑재되는 각종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저가형 AP 시장에서는 올위너·락칩 등이 이미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퀄컴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거래 감시 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로부터 특허 사용료 가격을 과하게 책정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은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과 독특한 사회 구조,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졌다”며 “기술력까지 갖추게 되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혁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시스템반도체PD는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이 결국 완제품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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