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49>창업으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테라노스`

‘테라노스’는 기존 대비 훨씬 저렴하고 간편한 체액 테스트를 개발한 기업이다. 임상검사 시설개선수정법(CLIA: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을 활용해 혈액 한 방울로 1000여가지 검사가 가능하다. 혈액 한 방울은 기존 채취량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70여개 혈액검사 비용은 일반 병원의 10% 수준이다. 2003년 창업한 기업으로 그동안 현지에도 거의 언론에 소개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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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1000여가지 혈액 검사가 가능한 테라노스.<사진:홈페이지>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테라노스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정신아(케이큐브벤처스 이사)=회사지만 연구실에 가깝다. 혈액검사를 빠르고 정확하고 싸게 제공한다. 기존 검사는 사람이 혈액검사를 진행하지만 테라노스는 이 과정을 자동화했다. 핵심 기술은 혈액을 증폭해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 손을 타지 않는 만큼 오류가 없고 정확하다. 인건비가 빠지는 만큼 가격도 저렴하다.

-정진욱=테라노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정신아=미국은 의료서비스가 너무 비싸다. 대부분의 사람이 병에 걸리는 첫 번째 이유가 진단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간단한 검사도 100달러가 훌쩍 넘는다. 고지혈증이나 저혈압 환자는 피를 뽑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바늘 자체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테라노스는 저렴한 비용과 적은 채취량, 간단한 검사로 기존 서비스의 비효율성을 해결한다. 진단기록도 하나의 데이터로 자주 할수록 이력이 남아 개인 상태 변화에 따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진다. 미국에서 사전진단만 잘 되면 100조원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사회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창업의 본질과 일맥상통한다.

-정진욱=혈액 분석이라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테라노스 구성원은.

▲정신아=언론에 노출되지 않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링크드인으로 알아본 바로는 분자생물학자가 10명 이상 있다. 별도 영업조직도 있다. 창업자는 스탠퍼드에 다니다 2학년 때 창업해 현재 서른 살이다.

-정진욱=테라노스의 비즈니스모델은.

▲정신아=현재까지는 제약회사 임상실험에 진단 제품을 제공하고 비용을 받는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내면 장기간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제약회사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것은 매출은 물론이고 데이터 수집에도 이득이다. 여러 제약회사 임상실험에 참여하며 수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약물이 투여됐을 때 몸의 변화정도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최근에는 B2B를 넘어 B2C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 최대 약국체인인 ‘월그린’과 제휴했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에 자체 검진센터도 만들었다. 스파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검사하고 결과는 앱으로 제공한다.

-정진욱=기술력이 뛰어난 것 말고 다른 장점은.

▲정신아=장비를 활용해 분석을 자동화하는 프로세싱이 뛰어나다. 환자 피를 뽑아 분석 카트리지에 옮긴 후 작은 병에 담는다. 작은 관으로 피를 뽑아 리더에서 인식하면 인식값을 중앙 서버로 보내 분석하는 절차다. 이 과정을 자동화한 것이 경쟁력이다. 분석도 기존 서비스보다 훨씬 정교하다. 양성·음성 여부가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인지 분석한다. 콜레스테롤 지수라면 평균 대비 어느 정도인지, 음성이라도 마냥 안심할 수준인지 관리가 필요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개인 기록이 쌓이면 지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증상이 악화되는지 호전되는지 알 수 있다. 회사가 가진 데이터가 늘면서 시간이 갈수록 분석이 정교해진다. 이 분석력은 후발주자가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이다.

-정진욱=기본적인 장비와 자동화 시설 투자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큰 자본이 필요할 텐데.

▲정신아=실제로 많은 투자를 받았다. 현재까지 약 720억원 정도다. 초기 170억원 투자를 받았는데 대부분 장비 구입에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자금이 필요한 영역으로 원활한 투자 유치가 중요하다.

-정진욱=테라노스가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아=간단하다. 매출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회사 누적 매출이 4000억원이다. 창업한지 11년이 지났지만 시작하자마자 돈을 번 것이 아니니 실제로 매출이 난 것은 5년 내외일 거다. 5년 만에 이 정도 성과면 충분히 가치를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만 이 정도지만 글로벌 확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정진욱=아무나 테라노스 같은 창업을 할 수는 없다. 적합한 사람은.

▲정신아=분자생물학에 조예 있는 사람이 뭉쳐야 하고 선장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비전을 주는 뚝심 있는 리더여야 한다는 점이다. 분자생물학자에게 가장 근접한 선택은 제약회사다. 큰 제약회사에 가면 안정적 직장을 얻을 수 있다. 혼자 연구하는 것에 익숙한 학자를 창업전선으로 끌어들여 오랜 시간 끌고 가야 한다. 테라노스 창업자는 19세에 창업해 10년 이상 사업을 끌어 왔다. 일단 하나에 깊게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진욱=테라노스는 진단 서비스다. 국내에도 시장이 있나.

▲정신아=국내에도 충분히 시장이 있다. 고지혈증 위험이 있는 사람은 자주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당뇨는 후천적 질병인 만큼 자주 검사하면 발병과 진행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다. 심장이 안 좋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암도 혈액순환이 영향을 미친다. 자주 검사해 기록을 쌓으면 몸의 변화를 알 수 있고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정진욱=테라노스 같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점은.

▲정신아=의료 분야가 경직돼 있어 서비스 확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병원의 진단 수요를 대체하는 것인 만큼 병원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병원과는 역할이 다르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 간단한 진단으로 몸의 이상을 발견한 사람이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과 공생할 수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

국내는 월그린 같은 대형 약국체인이 없다. 유통을 위해선 유관 협회와 얘기를 풀어야 한다. 약국 매출에 도움이 됨을 부각시킨다. 진단을 위해 약국에 들른 사람이 약도 함께 사는 그림이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정진욱=테라노스 같은 팀에 투자할 의향은.

▲정신아=기술력은 기본이다. 당연히 관련 전공자여야 한다. 오래갈 수 있는 팀이어야 하고 비전을 주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75% 정도다.

-정진욱=테라노스기 시사하는 점은.

▲정신아=창업으로 사회문제를 푼다는 본질에 충실한 팀이다.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옮겼고 오랜 시간 인내했다. 이런 성공이 더욱 의미 있다.


[표] 정신아 이사가 평가한 스타트업

[표] 테라노스 현황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49>창업으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테라노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49>창업으로 사회문제 해결하는 `테라노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