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 동북아 오일허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동북아 주요국 오일허브 입지 매력도 비교

지난 5월 한국석유공사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규제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동북아오일허브 활성화였다. 청문회에서는 △석유정제업 저장시설 등록요건 완화 △보세구역 내 부가가치활동 허용 △석유거래업 신설의 3개 과제에 대한 세부 규제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모두 석유 관련 사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끈질기게 따라다닌 자원빈국 꼬리표를 떼어내고 석유거래 중심국가로 재탄생하기 위한 담금질이 시작된 셈이다.

동북아오일허브의 꿈은 2008년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첫 시범사업인 여수 저장시설 건설을 위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정유사, 해외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며 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동북아오일허브는 민간기업과 정부 합동으로 대규모 상업용 석유 저장시설을 확보하고 석유거래 규제를 완화해 동북아 지역 신규 물류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싱가포르 오일허브를 능가하는 석유 중심지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Photo Image
울산에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조감도

7년의 시간이 지나 현재 정부는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착수하고 있다. 지난해 여수 저장시설 준공을 기점으로 올해 3월 추진대책 발표를 거치며 그동안 비전과 정책방향 제시에 머물렀던 사업은 부처별 행동이 실행되는 수순으로 발전하고 있다.

핵심 지역은 여수와 울산이다. 여수에는 이미 지난해 원유 350만배럴과 석유제품 470만배럴 총 82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을 건설해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울산은 북항에 석유제품 990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과 항만 접안시설이 2016년에 구축되고, 남항은 2020년에 북항 사업과 연계한 원유 1850만배럴 규모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여기에 2000만배럴 규모의 정부 비축시설을 민간에 대여해 모두 5660만배럴의 석유물류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동북아 오일허브 계획은 저장시설 구축과 오일허브의 비전과 추진 방향 등이 중심이었지만 현재 정부 계획은 관계부처 공동으로 수립한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크게 인프라 구축·초기 물동량 확보·물동량 최대 잠재력 실현·트레이딩과 금융허브 구축의 4대 전략 방향을 세우고 있다. 국내 수출입 증가 물동량과 타 오일허브 및 항만, 시장 변화에 따른 추가 발생 물동량을 유치해 석유 비축을 늘리는 것을 넘어 글로벌 석유거래시장으로 발돋움한다는 그림이다. 석유 트레이딩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반대로 인센티브는 강화하며 해외 트레이더와 전문가 유치를 위해 거주 인프라 조성까지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를 위한 규제완화 작업은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완화와 추진계획이 논의된 4차 무역투자진흥회의 이후 지금까지 총 14개의 과제 중 1개 과제가 완료되고 13개 과제가 정상 추진 중이다. 완료된 과제는 외항선 용선규제 완화로 외국적 선박 용선허가 신청서 제출기한을 기존 선박 투입 40일 전에서 20일 전으로 단축하고 선박명은 3일 전까지 변경 가능하도록 했다.

석유블렌딩 관련 규제 개선을 담고 있는 포괄적 부가가치활동 허용은 추가 의견수렴을 등을 통해 연내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보세공장 특허 범위, 보세공장 전환에 따른 행정 부담 완화, 세 부담 확대 방지 등 보세공장 전환 세부계획도 올해 추진된다. 이를 위한 해외 보세공장 운영사례 점검은 6월부터 진행 중이다.

현행 관세법상 보세운송 방식에 파이프라인 운송이 누락된 것도 수정작업 중이며 울산북항 저장시설 건설시 인근 정유사 등과 파이프라인 연결방안이 포함 검토 중이다. 여수 저장시설은 인근 GS 공장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 완료했다.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트레이더 업역 신설 부분은 별도 저장시설 의무 없이 보세구역에서 국내외 사업자가 석유거래를 할 수 있는 석유사업자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또 향후 외국인 투자 혜택이 제공되는 산업지원 서비스업에 신설 업역이 포함되도록 기재부 고시 개정도 추진한다. 여기에 내년부터 중장기 과제로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선물거래소 개설, 청산서비스 확대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이 구체적으로 표면화되면서 해외기업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동북아 지역 신규 물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산유국과 글로벌 탱크터미널회사의 석유저장시설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세계 최대 탱크터미널 운영사인 보팍과 중국 석유회사도 오일허브 사업에 투자하고 투자 확대도 검토 중이다. 보팍은 울산북항 오일허브 사업에 투자사로 참여했다. 중국항공석유는 여수 오일허브 사업에 투자했고 시노펙은 울산 투자를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정유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관련 규제를 풀어가고 계속적인 기업 애로사항 발굴을 통해 동북아오일허브를 세계적인 오일허브로 빠르게 성장시키고 간접비축 효과에 따라 국가 에너지안보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3대 오일허브 현황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오일허브, 기름값 싸지고 경제 활성화 기여

동북아오일허브가 구축되면 국내 기름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오일허브사업단은 동북아오일허브는 국내 기름값 안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일허브가 생기면 우리나라에 불리한 ‘아시아 프리미엄’이 해소되고 산유국간 경쟁촉진에 따른 원유 도입가격 인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프리미엄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지역으로 원유 수출 시 중동 산유국이 적용하는 할증요금을 말한다.

또 수송거리 단축에 따른 정유사 가격변동 위험도 줄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오일허브 효과로 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 괴리 현상이 해소되고, 다양한 시장 공급자가 국내 규격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해 경쟁유도를 통한 가격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일허브가 구축되면 소비자가 적정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구매해 소비자 편익 증대가 예상된다. 국내·국제 석유시장 유통구조 개선, 가격 경쟁 등으로 석유시장 가격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형성돼 국제 유가 급등락에 따른 가격 왜곡 가능성이 감소된다는 설명이다.

사업단은 오일허브를 통한 석유제품 공급자가 늘면 보다 저렴한 석유제품이 공급되고, 석유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의 소위 ‘저울추 효과’가 더 커져 인근 주유소의 가격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일허브 구축은 국내 기름값 안정과 더불어 2020년까지 총 3조6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도 가져온다. 오일허브 건설, 탱크터미널 운영, 석유거래소 효과, 트레이더 법인 설립 등 국가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40년까지 총 누적 기대 효과는 약 60조원으로 추정된다. 석유거래 활성화로 연관 산업이 활성화되고, 금융권 석유거래 파이낸싱 지원과 청산 기능 운영 시 금융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석유산업 전문인력 양성과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동북아 최적의 오일허브 입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소비가 급증하는 지역으로 세계 석유소비 시장이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개편 중이다. 기존 아시아 전체 지역의 오일허브 역할을 수행하던 싱가포르가 최근 동남아를 중심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동남아 지역에 새로운 오일허브가 요구되고 있다.

Photo Image
우리나라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오일허브 전경.

석유공사 오일허브사업단은 우리나라가 동북아오일허브로서 최적의 매력적 입지조건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 중심에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와 세계적 규모의 정제공장,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접안 가능한(수심 18m) 천혜의 항만조건 등이 그 이유다. 연중 안정적인 기후와 항만, 블렌딩 등 물류비용이 중국에 비해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역시 세계 최대 석유제품 소비국이라는 것과 정제설비 확충 추세, 경쟁력 있는 물류비용 등 측면에서는 오일허브 입지로 유리하다. 다만 지정학적 위치 부문에서 얕은 수심과 대형선박 운행 어려움, 연 50일 휴항이 예견되는 불안정한 기후 등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일본은 잦은 자연재해나 태풍 등 불리한 지정학적 한계를 갖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석유제품 소비국으로 제품 유동성이 낮고 우리나라와 중국 대비 높은 물류비용이 필요하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동북아 주요국 오일허브 입지 매력도 비교

자료:한국석유공사

[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 동북아 오일허브
[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 동북아 오일허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