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 IP 중요성 점점 커진다

기업경영에 있어 특허, 상표권 등 지식재산(IP)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무형자산의 가치가 증대되면서 이를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IP서비스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동시에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해외 업체의 진출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영세한 국내 IP서비스산업계는 활로를 모색하고 국내 지식재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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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한국지식재산협회 초대 회장으로 백만기 현 회장(가운데)이 취임했다.

임희섭 IP서비스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IP서비스 업체들이 당장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각자의 전문성과 강점을 살린 활발한 상호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여전히 개척이 진행 중인 시장인 만큼 업체들도 서로 동반자라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특허정보 검색과 분석, 기술동향 등을 제공하는 윕스(대표 이형칠)는 신용정보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기업 특허 로드맵, 지식재산권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윕스는 온라인 서비스 ‘윈텔립스’에 기업정보를 추가해 특허정보서비스 콘텐츠를 확대하고,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역시 기업 신용 평가에 윕스 특허정보를 접목, 기업 분석 툴을 발전시켰다. 이종 기업 간 협력으로 특허정보가 시장 및 산업정보로 가치를 발휘하도록 했다.

IP검색 및 분석 솔루션 전문 업체 위즈도메인(대표 김일수) 역시 특허정보와 다른 분야 정보와 융합하기 위한 협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과 재무, 회계정보를 가진 타 분야 전문 업체들과 데이터베이스(DB) 공유로 특허정보를 보다 입체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기업경영 컨설팅 전문업체 및 해외 특허정보 조사분석업체와 손잡고 자체 IP전문 솔루션의 서비스 영역 확장을 꾀한다는 설명이다.

IP서비스업체들은 기업 IP환경과 저변을 넓히기 위한 공동 사업도 추진한다. 윕스를 비롯해 기술과가치(대표 임윤철), 피앤아이비(대표 조성만) 등 전문 서비스업체들은 지난해 8월 ‘특허 사업화 공동 추진체’를 발족했다.

이 추진체는 각사의 기술사업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IP-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국가적 자산인 공공부문 우수 특허의 사업화에 필요한 비즈니스모델 설계, 부가 특허 확보, 상용화 개발 지원을 위해 상호 협력했다.

IP관리 솔루션 전문 업체들은 단순 기업 IP관리를 넘어 IP서비스업 전반을 통합 관리하고 연계하는 통합플랫폼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비스 수혜자 중심의 사업 접근으로 고객 기업에게 필요한 특허업무 단계별 서비스업체를 제시하고 일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애니파이브(대표 김기종)는 자사 제품은 물론이고 관련 여러 업체의 제품을 통합 이용할 수 있는 IPR표준 플랫폼을 구축했다.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으로 IP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산업 영역을 확장하고 업계 전체가 함께 성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각 IP서비스 분야별 전문업체 30여 곳이 애니파이브의 통합 플랫폼에 협력업체로 참여했다. 애니파이브는 고객의 서비스 사용 패턴 및 여건에 맞춰 최적의 솔루션을 추천할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와 ‘서비스 시나리오 알고리즘’ 개발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이피티즌(대표 정승복) 역시 IP서비스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고객이 다양한 솔루션을 찾느라 애쓸 필요 없이 한 곳에서 해결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애니파이브의 통합 플랫폼이 맞춤형 정장 스타일이라면 아이피티즌의 통합 플랫폼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 한 벌의 프리 사이즈 기성복이라는 설명이다.

아이피티즌은 이를 위해 렉시스넥시스, CPA글로벌 등 해외 업체와 협력을 맺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움과 동시에 아이피티즌 역시 글로벌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역량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NPE(특허관리전문회사)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대표 강순곤)는 지난 5월 국내 IP시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를 중심으로 IP서비스업계와 협력에 나섰다. 2010년 설립 당시 막대한 자금력과 규모로 업계를 긴장하게 했지만 보유 중인 다수 특허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IP생태계 구축에 힘을 모은다는 취지다.


◆공동 노력으로 IP번역 품질 높인다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및 상표명세서 번역 등의 업무를 하는 IP전문번역 분야는 IP서비스산업 중에서도 업체 간 협력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업종이다. 각 업체가 기술 분야별, 언어별 제각기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 특성상 개인 및 영세 사업체가 많아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특허청의 특허영문초록(KPA) 번역 사업의 민간 사업자로 선정된 IPT(Intellectual Property Translation)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IPT컨소시엄은 IP서비스협회 특허분과 소속인 메카IPS, 다산아이피앤아이, 지온컨설팅, 미래특허정보컨설팅, 케이피에스, 도원닷컴, 제세 등 7개 특허번역 전문기업으로 구성됐다.

사업 수익성보다는 우리 특허기술의 대외적 얼굴인 KPA 품질 향상을 위해 전문기업들이 힘을 합쳤다. 특허청 역시 민간 시장을 활성화 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전체 물량의 10%를 민간에 맡기는 것에서 시작해 사업결과에 따라 내년엔 20%에서 30%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전체 90%까지 민간으로 이양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어 IP번역 업계의 협력 반경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IP경쟁력과 해외 IP정보의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이들 번역 업계의 협력은 중요하다. 특허는 출원 명세서의 용어 하나 차이가 등록 여부를 결정하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침해· 소송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자적 기술 개발로 출원한 핵심 특허라 할지라도 번역이 부정확하거나 용어가 잘못된 경우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번역 업계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왔다. 지난 5월에는 IP서비스협회 주최로 첫 IP번역 공개포럼을 열고 업계 신뢰성 제고와 품질 향상, 용어 표준화 등을 위한 종합적 논의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각 사별 미세한 차이를 보이던 기술용어를 조율하고 업계에 진입하는 전문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IP문제은행 600제’ 등 번역 실습 문제집을 공동 집필했다. 향후 주기적으로 증보판을 발행하며 추가로 발생하는 용어 차이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천우 메카IPS 대표는 “문제집 공동 집필 등의 협력 사업이 사실 개별 번역업체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전체적인 IP번역 서비스업계의 수준을 높이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이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선두업체들, 적극적인 M&A로 사업영역 확대

해외 IP서비스산업은 업종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간 융·복합화가 적극 이뤄지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단일 서비스로 시작해 연관성 높은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IP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를 한 곳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IP서비스 업체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 협력을 하고 업무 다각화에 나섰지만, 아직까진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국내 IP서비스 업계에서도 적극적인 사업제휴와 인수합병(M&A)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영세한 국내 IP서비스기업이 IP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역량을 스스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두 업체들은 기업 간 M&A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IP관리전문업체 아나콰(Anaqua)는 지난 2010년 IP관리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업체 SGA2를 인수합병했다. 이를 바탕으로 IP관리에 필요한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이디어에서 법적 권리를 갖기까지 IP 전주기 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특허 번역 및 기술 검색, 상업 번역 분야 유럽의 선도적 기업인 RWS그룹 역시 M&A로 기술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해 왔다. 1958년 영국에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큰 특허 번역 부서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의약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애드-엑스 트랜슬FP이션’을 인수해 고도의 전문지식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의약번역 분야 번역 전문성을 제고했다.

IP전략 컨설팅기업 테크인사이트는 반도체 리버스엔지니어링 전문 업체 세미컨덕터인사이트를 인수해 특허침해 분석 및 소송지원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리버스엔지니어링은 제품을 분해해 제조과정 및 성능을 역추적 하는 기술로 특허침해 여부를 밝혀내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임 부연구위원은 “해외 IP서비스산업이 융복합화 추세를 보이는 만큼 국내 IP서비스업계에서도 고부가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기업 간 업무제휴 및 M&A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 IP서비스협회 조직구성 및 회원사

[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 IP 중요성 점점 커진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