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공사(KBS)가 최근 각 지역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상대로 재송신 계약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개별 SO에 자사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요청한 에스비에스(SBS)와 함께 지상파 3사가 모두 개별 SO를 대상으로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개별 SO가 지상파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재송신 대가 기준을 둘러싼 두 진영의 이해관계가 다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됐다.
25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MBC는 최근 대구, 광주, 인천, 전북, 울산, 제주, 경남, 충주 등 개별 SO를 대상으로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관한 재송신 계약 체결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각 발송했다. KBS는 이달 초 ‘KBS 2TV 재송신 계약 체결 요청’ 제하로 개별 SO에 공문을 전달하고 협상 담당자를 지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파가 재송신료 청구 대상을 기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IPTV, 위성방송 사업자에 이어 개별 SO로 확대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됐다.
MBC 재송신 계약 담당자 이창훈 글로벌사업국 다매체유통부 차장은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MBC의 방송 콘텐츠를 재송신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사건번호 2010나97688)에 따라 계약 체결을 요청한 것”이라며 “총 네 차례에 걸쳐 개별 SO 10개사에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정연수 KBS 콘텐츠사업부 협상담당자는 “개별SO 계약과 관련해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KBS는 현재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5사, IPTV 3사,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KBS와 재송신 계약을 체결해 KBS 2TV를 재송신하고 있다’며 ‘합법적으로 KBS 2TV를 재송신 할 수 있도록 조속히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려 한다’고 명시돼 있다.
MBC는 ‘재송신 계약 협상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개별SO는) 지역 MBC 방송을 재송신하고 있어 MBC와 계약관계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회신했다’며 ‘MBC는 대주주인 지역MBC로부터 재송신 계약과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적시했다.
이어 ‘지속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약 협상에 응하지 않고 불법 재송신을 계속할 시 부득이하게 관련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도를 높였다.
케이블TV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MSO와 개별 SO가 각 지역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지상파가 재송신 대가 협상 근거로 내세운 서울고법의 판례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용식 케이블TV협회 국장은 “지상파는 이미 개별SO가 각 지역에 구축한 망을 기반으로 별도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난시청 가구를 줄이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개별SO가 오히려 지상파로부터 대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향후 지상파가 소를 제기한다면 한다면 반소(反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창훈 MBC 차장은 “MSO,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가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개별SO만 계약을 체결하지 않다면 각 지역에서 부당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계약을 거부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