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81·끝>작별의 시간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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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60세가 되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여생을 즐기겠다고 다짐하고도 80세에도 여전히 누구도 반기지 않는 회사에 출근하는 회장님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평생을 회사밖에 몰랐기 때문에 상황은 이해하지만 안타까운 모습이다.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지 않고 수십 년을 잘 경영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창업자도 많다. 회사는 대주주, 경영자와는 독립적이면서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발전할 기회를 가지는 독립된 인격체다. 회사 하나가 망해 문을 닫는 것은 개인 재산의 손실일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공공적 손실이다. 코스닥 상장까지 해 놓고도 불명예 퇴진하는 창업자가 많다. 초심과 겸손함을 잃고 영원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과 욕심으로 무리한 신규 사업과 확장에 열을 올리다가 넘어진다. 회사를 개인의 사적인 소유물로 생각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엑시트 타이밍을 놓친다. 회사의 미래와 개인의 인생이 이별할 때가 언제일지 생각하고 준비하자.

대주주로서 회사를 경영하면 자연스럽게 모든 관심사가 내 회사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다. 벤처 투자할 때도 피투자사보다 내 회사의 이익을 우선 고려한다. 그러나 엑시트 후에는 감정과 관점이 달라진다. 이것을 ‘포스트 엑시트 경험’이라 명명했다.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다. 재무적 이익이나 손실보다 의미를 더 높은 가치로 다룰 수 있게 된다. 나의 이익보다 후배 창업자들의 이익과 성공을 우선하게 된다. 창업자의 엑시트는 단지 회사를 팔아 개인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자산을 비축하는 과정이다.

한 사람의 천재적인 창업자가 큰 회사를 일으키고 오래 잘 경영하는 모델은 급변하며 경쟁이 치열한 지금의 세계 경제 환경에서는 경쟁력이 없다. 국가 경제의 운명을 우연한 천재성의 발현에 걸며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천재의 ‘단독 플레이’에 의존하지 않고 재능 있는 사람을 발견해 자본과 경영의 지혜를 더한 ‘팀 플레이’가 바로 대안이다. 이것이 바로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의 비밀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천재는 부족하지만 재능 있는 사람은 많다. 아쉽게도 자본과 경영의 지혜가 부족하다. 엑시트한 창업자들의 자본과 경영의 지혜는 재능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며 환상적인 팀 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이별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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