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 국정운영 기조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걸고 실질적 추진전략 마련을 위해 구성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문화융성위원회가 최근 1주년을 맞았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정부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화융성은 문화를 부흥시켜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도 육성하겠다는 정책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예술 영역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공동체 구성원이 공유하는 생활양식, 관습,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문화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기본원리로 작동하고 국가 발전 토대를 이루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최근 이어진 각종 사건·사고도 경제(물질)와 함께 성장해야 할 문화적인 부분의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정부가 우리 삶과 생존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되던 문화 가치에 주목하게 됐고,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루는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더불어 고용 창출이 떨어지는 기존 산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문화산업에도 주목한 것입니다.
Q:정부가 왜 문화융성을 이야기할까요?
A:2012년 발표된 OECD 주요국 행복 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36개국 중 24위에 그쳤을 정도로 경제력에 비해 체감 행복 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사회적 불균형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를 유발하고 있고 사회갈등이 지역과 이념, 세대 등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 그리고 매개체로써의 문화를 재인식한 것입니다.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나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한이 불러온 반향도 이 같은 시대상의 반영입니다. 문화를 통해 소통과 신뢰, 나눔과 배려 등 공동체 가치를 배우고 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세계인과 교류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상상력과 창의성, 감성을 길러냄으로써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와 산업도 키워갈 계획입니다.
Q:문화융성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나요?
A:정부는 작년부터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 문화체감 확대, 인문·전통의 재발견, 문화기반 서비스 산업 육성, 문화가치의 확산 등을 4대 추진전략으로 삼고, ‘문화가 있는 삶’ 등 8대 과제를 도출했습니다. 8대 과제를 포괄한 중장기 종합계획인 ‘문화진흥 기본계획’도 연내 발표할 예정입니다.
문화가 있는 삶은 자율·상생·융합을 키워드 삼아 국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생활밀착형 정책으로 문화융성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8대 과제는 △인문가치 정립·확산 △전통문화 생활화 △생활 속 문화 확산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 △예술계 창작생태계 조성 △문화 융·복합 모델 발굴·육성 △문화가치 국내외 확산 △아리랑 국민 축제화로 구성했습니다.
인문학 연구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알기 쉬운 인문학 교재 개발·보급, 고전의 현대적 번역을 통한 인문학 대중화, 인문정신문화진흥법 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연내 2000억원 규모의 장르 투자 콘텐츠펀드, 1000억원 규모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 조성 등 다양한 실천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정책을 통해 2017년까지 문화예술 관람률을 현재 69.6%에서 80%, 문화기반 시설 수도 2594개에서 4500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또 콘텐츠산업 매출액도 92조원 수준에서 120조원 수준으로 늘려갈 생각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1114만명에서 1600만명으로 늘려갈 예정입니다. 특히 문화일자리도 3만4000개에서 12만개로 늘려갈 예정입니다.
Q:주변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례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잘 될까요?
A:문화융성 정책 추진이 1년을 넘었지만 아직 지역과 문화소외계층 등으로의 확산과 체감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아직 문화융성이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는 사람도 있고, 국정운영 기조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연극 등 문화인들이 느끼는 체감도도 낮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 국민 체감 정도를 높여가고 있고 신세계 등 기업이나 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문화소외계층 초청 콘서트나,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유도하며 각종 캠페인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 변화로는 ‘문화가 있는 날’ 사업입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전국 주요 1300개 문화시설에서 할인·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문화융성 정책이 다소 진부해보일 수 있지만 일관된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 소통과 신뢰, 나눔과 배려 등 공동체의 가치관이 바로 서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START!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지음, 더좋은책 펴냄.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인문학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여섯 개의 인문 핵심 분야들로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은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중요한 이슈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다.
심리학, 철학, 역사 등 오랫동안 인문학의 큰 틀이 되어 왔던 분야는 물론이고 글로벌 이슈까지 훑으며 인문학의 폭을 넓힌다. 책을 읽다보면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인문학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지 알게 된다. 사회 전반의 기초지식부터 문화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10대에게 권하는 인문학’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지음, 글담 펴냄.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인문학자 5명이 풀어 쓴 청소년 인문서다. 청소년 시기는 배움을 통해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아 찾기와 자기 발견이 필요하다는 인문학 정신에서 출발해 ‘제인 에어’와 ‘아서 왕의 죽음’ 등의 문학 작품과 신화 속 등장인물인 테세우스, 이카로스, 프시케 그리고 역사와 철학, 언어학의 고민들을 청소년들의 삶과 연결시켜, 인문학을 통해 ‘나’에 대해 생각하고 꿈을 키워 나갈 것을 권한다.
1장에서는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와 고대 유물 등을 통해 인문학이 무엇이며, 인문학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