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교육과정 개정위 인적구성부터 바꿔야…형식적 의견수렴도 반발

과학계는 13일 한국교육과정학회의 과학교육 축소안이 발표되자 공문과 성명, 토론회 등을 통해 수차례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전달했음에도 교육과정 개정에 전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교육학자로만 구성된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 구성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학계는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는 등 목소리를 더욱 높일 방침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과학교육 축소 불가피

과학 필수 이수 단위는 지난해 말 부분 개정안에서 10단위로 정해졌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올해 곧바로 현장에 적용했기 때문에 아직은 수업시간 축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교과과정 개편에서 또다시 10단위로 줄어든 상황을 유지하면 점차 축소될 것은 자명하다.

정진수 충북대 교수(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과학교육단장)는 “지난해 말 현장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필수 이수 단위가 10단위로 축소됐다”며 “하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돼 줄어드는 데는 몇 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올해 서울시 통계를 봐도 과학 시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수 이수 단위로 수렴한다”며 “자사고들이 문과는 과학을 10단위만 편성하고, 이과는 사회를 10단위만 편성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과학 전문가 개정에 참여해야

과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교육과정 개정을 주도하는 연구위가 과학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로만 구성됐다는 점이다. 위원장을 포함한 12명 위원 전원이 교육전공자고, 이 중 1명이 과학교육을 전공했다.

기초과학 관련 학회 연합체인 기초과학학회협의체(이하 기과협)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연구위를 교육학 전공자로만 구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분야별 전문가로 새 연구위를 구성해 달라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다. 과학 과목 시수 확대나 축소를 논하기에 앞서 과학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학계 한 교수는 “과학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과학 교육을 논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잘 모르는 분야를 함부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한 서울대 교수는 한림원 주최 토론회에서 “교육학자는 방법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학문 분야의 통합적 의견이 필요할 때는 각 분야 권위 있는 학자가 꼭 참석해야 한다”면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선진국의 교육 개혁위원회 구성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식 행위 여론수렴 ‘반발’

과학계의 수차례 건의에도 요지부동인 교육과정 개정위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과학계에서는 앞으로도 수차례 포럼이 계획돼 있지만, 의견수렴을 했다는 요식행위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교육부 요청으로 교육과정 개정위와 기과협, 창의재단, 한림원 관계자가 만났지만 논의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과학계는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방침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기과협 등이 주축이 돼 과학계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 전달할 계획이다.

연구위 인적구성 변화를 요구하는 3차 공문 발송과 함께 전국 과학기술인에게 과학교육 위기 내용을 알리는 것 등을 구상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