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그 후]KBS 방송 외주제작 표준계약서 적극 이행…MBC·SBS 확산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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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가 외주 프로그램 제작사와 계약할 때 표준계약서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KBS는 앞으로 모든 외주 제작에 표준계약서를 쓴다는 방침이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 MBC와 SBS가 외주 제작사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이 대열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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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S는 자체 마련한 표준계약서 활용에 나섰다. 이는 KBS 복수의 관계자와 외주제작사를 통해 확인됐다.

그간 표준계약서 이행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관계 회복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석진 KBS 협력제작국 팀장은 “KBS는 예능과 다큐멘터리 등 비 드라마 부문에서 외주계약을 체결할 때 100% 표준계약서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역시 표준계약서를 지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연식 드라마제작국 팀장은 “드라마 ‘예쁜 남자’ 이후로 모든 외주 드라마 제작 때 표준계약서를 쓴다”며 “KBS가 제정한 표준계약서는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표준계약서 세부 내용은 방송사와 제작사간 사적 계약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표준계약서는 작년 7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0년 ‘외주제도개선협의회’와 2011년 ‘대중문화예술 분야 표준 계약서 제정방안 연구’를 시작으로 수년간 줄다리기 끝에 만들어졌다. 정부가 제시한 표준계약서에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방송사와 제작사가 기여도에 따라 인정하되 권리별 이용기간과 수익 배분을 명시하도록 했다. 또 제작비 세부내역을 명시해 프로그램 납품 후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는 경우에도 완성본에 대한 제작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출연료 미지급 방지를 위해선 제작사가 방송사에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거나 출연료 등을 지급할 때까지 방송사가 제작비 지급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 내용을 위반하거나 계약 해지 등에 따른 손해배상은 이미 제작된 횟수의 제작비를 포함해 상대방에게 발생한 실제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수직적 갑을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외주제작사 관계자도 KBS의 의지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KBS가 외주제작 표준계약서 이행하면서 저작권 배분과 제작비 현실화를 위한 기초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KBS가 표준계약서 이행에 적극 나서면서 MBC도 연내 제정을 밝혔다며 SBS 등 지상파방송 전반으로 넓혀질 것을 기대했다. 박 국장은 “KBS가 표준계약서 이행에 전면 나서면서 MBC와 SBS도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가 최근 마련한 외주제작개선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적극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