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제기한 특허소송장 살펴보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계열별 스마트폰 OS 사용자 전망마이크로소프트(MS)는 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냈을까. 그간 여러 분야에서 밀월 관계에 있던 양사 아닌가.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의 MS분 특허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또 일부 지급된 로열티 역시 연체 이자를 납부하지 않았다.”
이게 MS가 미 연방 지법에 제출한 소장에 적시된 소송 이유다. 한 마디로 삼성이 약속했던 돈을 안줬다는 거다.
여기까지만 보면, 삼성이 선약한 돈에 이자 몇 푼 더 얹져 주면 만사 깔끔히 끝날 듯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발단은 ‘노키아’
상황 파악을 위해 소장을 좀 더 살펴보자. MS는 올봄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를 사들였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 삼성전자와 체결한 지식재산권 사용 협약이 무효가 되는지 여부를 법원에 묻고 있다.
MS가 소장에서 밝힌 3년 전의 지재권 사용 협약이란, 그 해 9월 양사가 합의 체결한 지적재산권 관련 다년계약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삼성은 자사가 제조하는 갤럭시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대한 로열티를 MS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에 앞서 ‘안드로이드 OS에 쓰이는 일부 기술이 MS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할 수 없이 사인한 협약이다.
그런데 여기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MS가 노키아를 인수해버린 것이다. 삼성 입장에선 전혀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을 것으로 여긴 MS가 노키아를 가져가면서, 하루 아침에 잠재적 경쟁사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합의 지급키로 했던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삼성이 자의 판단한 듯 하다는 게 MS 측 주장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법적 논리나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MS는 소장에서, 정확히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 소송과 다른 양상, 문제는 ‘안드로이드’
이번 MS의 특허소송은 이전 애플의 그것과 다른 트랙으로 전개된다. 디스플레이나 힌지 등 주로 하드웨어(HW) 문제에 집중됐던 대애플 건과 달리, MS는 안드로이드라는 운용체계(OS), 즉 소프트웨어(SW) 문제에 천착한다.
100% 구글의 전유물일 듯한 안드로이드이지만, 일부 탑재기술에 대해서는 MS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개방하면서 인증비용을 제외한 모든 부문을 무료화했지만, MS는 자사 보유 특허권에 대한 로열티를 행사하고 있다.
MS의 노키아 인수와 함께, 돌발 상황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것은 삼성 갤럭시의 ‘대박’이다. MS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 관련 로얄티를 푼돈으로 생각했다가, 갤럭시의 글로벌 히트를 보자 생각이 달라진 거다.
실제로 하워드 MS 법무실 부사장은 “삼성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판매가 이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언급, 갤럭시의 판매가 MS의 법무 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암시했다.
반대로 삼성 입장에서도 얼마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난 2011년 선선히 합의해준 로얄티 지급건이, 갤럭시 대박 이후 ‘대당 기준’으로 셈해보면 엄청난 비용이 되기 때문에, 노키아 인수건을 빌미로 합의를 무효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MS는 IDC자료를 인용, 삼성 갤럭시의 출하량 증가세를 소장에 꼼꼼히 적시해 놓고 있다.
◇최대 쟁점은 ‘영역 침범’ 조항 유무
다시 시계를 2011년 9월로 돌려보자. 당시 양사간 합의서에 ‘상호간 업무영역 침범시 로열티 지급을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면 상황은 깔끔히 종료될 사안이다.
그런데 MS가 이렇게 나오는 걸 보면, 이 문제에 대한 문안이 모호하거나, 아예 빠져 있을 개연성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삼성 법무팀의 치명적 실수다.
희망적인 것은 분위기다. 결사항전을 다짐하곤 했던 애플 때와 달리, MS는 이번 건에 대해 우호적이다. 하워드 MS 부사장은 “양사간 오랜 협력의 역사가 있다. 삼성과의 파트너십을 존중한다. 이번 소송건 역시 양측 이견에 대한 법원의 조정을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낸 소장에도 요구액수는 명시돼 있지 않다.
업계 한 전문가는 “SW 특허 소송건은 비교적 간명하고 눈에 보이는 HW 건과 달리, 최종 판결이나 합의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갑절”이라며 “하지만 MS가 우호적 제스처를 보이는 이상, 원만한 합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