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전자에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들 두 회사와 휴대폰 사업을 MS에 매각한 노키아 간의 얽히고 설킨 특허 문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노키아는 MS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했지만, 향후 10년간 특허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노키아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은 삼성전자는 노키아에 특허료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에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관련 특허가 거의 없는 MS는 삼성전자에 특허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MS의 이번 특허분쟁도 이 같은 변수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삼성전자와 노키아의 특허 문제는 대등한 관계에서 노키아가 일방적으로 로열티를 받는 관계로 재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는 지난해 11월 5년간 특허 라이선스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갱신했다. 하지만 노키아가 이젠 휴대폰 사업을 접으면서 더 이상 삼성전자의 특허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노키아 특허만 이용하는 삼성전자가 특허료를 노키아에 지불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재 노키아의 휴대폰 관련 특허 가치는 약 60억달러(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MS는 10년간 노키아 특허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22억달러를 특허 이용료로 지불하기로 했다. 노키아가 이 같은 조건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에 특허료를 요구하면 삼성전자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노키아의 특허 대부분이 프랜드(FRAND)로 보호받는 표준 특허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큰 비용을 요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키아는 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통보하기 보다는 구속력 있는 중재로 금액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MS의 로열티 협상 문제는 다소 복잡해진 상태다. MS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는 삼성전자가 MS에 특허료를 일방적으로 지불했다. 안드로이드 OS가 MS 특허를 위반했다는 미국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MS가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노키아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한 MS가 삼성전자의 휴대폰 관련 특허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양 사간 특허소송이 불거진 것도 삼성전자가 이처럼 달라진 특허거래 환경을 빌미로 MS에 추가 협상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삼성이 MS에 일방적으로 특허료를 지불하던 관계를 청산하고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을 것을 요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애플과 특허 소송에서 밝혀졌듯이 휴대폰 관련 표준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휴대폰 사업을 하려면 표준특허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MS는 어떤 형태로든 삼성과 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떤 특허가 문제가 됐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창훈 변리사는 “특허권을 MS에 넘기지 않은 노키아가 앞으로 휴대폰 제조사에 어떤 형태로 특허이용료를 요구할 것인지와 특허권이 없는 MS가 기존 제조사의 특허료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