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성인에게 주로 발병하는 당뇨병을 억제하는 자가포식 기능을 밝혀냈다. 자가포식이 결핍된 췌장 소도세포에서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당뇨병을 유발한 반면, 자가포식이 증진된 췌장 소도세포에서는 아밀로이드 축적이 억제되고 혈당이 개선되는 것도 밝혔다.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식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은 삼성의료원, 울산의대 강상욱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변성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자가포식이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23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90% 이상의 당뇨병 환자 췌장세포에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 보이는 것과 흡사한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있다. 이것이 당뇨병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축적 과정이나 이를 제거하는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당뇨병과 유사한 아밀로이드를 축적하는 유전자 조작 생쥐를 사용해 자가포식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축적된 아밀로이드를 자가포식으로 제거하지 못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가 손상되고, 결국 인슐린 분비가 줄어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자가포식이 일어나지 않는 생쥐는 정상생쥐에 비해 혈중 인슐린 농도가 낮았다. 아밀로이드와 펩타이드 호르몬 ‘hIAPP’ 중합체가 자가포식으로 제거되지 못해 세포에 손상을 줬다.
반면에 이 생쥐에 자가포식을 증진하는 물질을 투여하자 아밀로이드 축적이 줄면서 당뇨 증상이 호전됐다.
이명식 교수는 “자가포식 조절제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뇨병 외에도 아밀로이드 축적이 관찰되는 알츠하이머병, 퇴행성 신경질환, 노화 등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벌연구실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고, 연구결과는 기초·임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 온라인판 18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