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3위 반도체장비업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매머드급 통합 작업을 가속화했다. 아직 세계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보란 듯 합병 준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양사 합병에 반대 입장을 유지해온 한국 반도체 업계도 현재 진행 중인 국내 결합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TEL이 최근 통합법인 기업이미지(CI)를 발표하고 ‘혁신(Innovation)’을 중심으로 통합법인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시하는 등 합병 준비를 구체화했다. 지난해 9월 합병 선언 이후 10개월 만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TEL은 ‘ETERIS(에테리스)’를 통합법인명으로 확정했다. 양사는 “CI 공개가 통합 작업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 내에 합병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주주들로부터 합병에 관해 압도적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두 회사가 CI까지 발표하며 새로운 통합법인 탄생을 예고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사뭇 긴장한 모습이다. 주요 반도체 장비 독점 우려가 높은 탓이다. 반도체 장비 경쟁사는 물론이고 이를 구매하는 고객사도 두 회사의 행보를 주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국가의 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CI 등을 발표하는 것은 합병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경계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대만·일본 등 6개국의 규제당국이 합병 승인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아직 결과가 나온 곳은 없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결합보고서 검토와 업계 의견 수렴 등을 마치고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공정위에 양사 합병 반대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TEL은 양사 합병이 기술혁신을 가져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업계는 공정위 심사 결과가 9월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위가 글로벌 M&A 심사 시 해외 경쟁당국과 공조하기로 한 만큼 미국·일본에 앞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심사는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