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가 독점해 온 국내 연료전지 시장에 두산이 뛰어들며 2파전 구도의 시작을 알렸다. LG까지 사업을 나설 예정이어서 연료전지 시장에서 대기업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에지파워를 3240만달러에 인수해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로 전환·출범시켰다고 21일 밝혔다. 클리어에지파워는 건물용 연료전지 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 2013년에는 미국 연료전지 제조기업 UTC 파워를 인수해 인산형연료전지(PAFC)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은 700억원 규모다. 2003년 설립 이후 건물용 연료전지 제조에 주력해왔으며 한국 영업도 수년간 이어왔다. 최근 경영난으로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갔다.
두산은 주택용 연료전지 개발 업체 퓨얼셀파워 합병에 이어 이번 인수로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두산퓨얼셀아메리카는 신재생의무할당제(RPS)로 확대되는 국내 연료전지 시장을 공략하고 퓨얼셀파워는 미국 주택용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인수 합병하는 두 회사의 기술력에 두산의 비즈니스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며 “R&D에 집중해 연료전지 사업을 향후 두산의 주력사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2007년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300㎾급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개발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며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사업화에 나서지 않다 최근 퓨얼셀파워와 클리어에지파워를 연이어 인수·합병하며 일거에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두산이 연료전지 사업에 속도를 낸 것은 시장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두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연평균 3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8년 5조원, 2023년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RPS 시행으로 한국이 세계 최대 연료전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그룹 주력 사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에너지관리공단 설비확인 기준으로 지난해 109㎿ 규모 연료전지 설비가 새롭게 RPS 시장에 진입했다. 2012년에는 3㎿에 불과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인 60㎿ 경기도 화성발안산업단지 프로젝트가 준공되는 등 연료전지 시장은 일대 전기를 맞은 상황이다.
국내 연료전지 시장은 두산과 포스코에너지 2강 체제로 재편됐다. RPS 추진 3년 동안 사실상 포스코에너지가 시장을 독점해왔지만 두산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두산이 인수한 클리어에지파워의 주력제품은 건물 등 중형 전력 소비처에 적합한 PAFC다. 포스코에너지는 대규모 발전용인 MCFC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도 최근 중소형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두산도 MCFC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양사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여기에 그룹 주도로 연료전지 사업 육성에 나선 LG까지 내년부터 사업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기업간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2012년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할 ‘LG퓨얼셀시스템즈코리아’를 설립했다. LG와 LG전자, LG화학 3개사가 주주로 참여했고 내년부터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 포스코에너지, LG가 연료전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것은 시장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연료전지사업은 액화천연가스(LNG)가격이 상승하면 경제성이 떨어지고 정책 의존도가 큰 것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