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그라파이트 방열시트’를 전략 제품에 확대 적용하면서 관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외 업체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상호 비방을 서슴지 않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안방 시장 사수에 비상이 걸린 한국 업체들은 국산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에 그라파이트 방열시트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
싸움의 시작은 방열시트 전문 생산업체 탄유엔(Tanyuan)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중국 업체 대부분이 자사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삼성은 그동안 그라파이트 방열시트 납품업체로 미국 업체 외에 중국 업체 6~7곳을 적극 검토해 왔다.
탄유엔은 지난해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다 품질·납기 문제로 초기 물량만 공급하는데 그쳤다. 최근 다시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탄유엔이 자사 기술 침해 관련 공문을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제조업체에도 보내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들은 당분간 논란이 된 중국 업체들의 방열시트는 쓰지 않기로 했다. 이에 해당 중국 업체들은 기술 침해 요인이 없음을 강력하게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탄유엔을 상대로 부당한 영업 방해 혐의 등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중국 업체들 다툼에 미국 업체들이 수혜를 입었다. 미국 업체들이 삼성전자에 그라파이트 방열시트 대부분을 공급하게 됐다.
한국에서도 일부 업체가 그라파이트 방열시트를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능력 등의 문제로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 국내 업체들은 하루 빨리 공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높지 않은데다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국내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국산화에 나선다면 충분히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대부분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적용될 정도로 성장 잠재력도 높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업체들은 최근 미국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이 조만간 새로 출시할 제품에 중국 업체의 방열시트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파이트 방열시트=휴대폰이나 태블릿PC에서 발생하는 열을 분산시켜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 열을 발생시키는 부품이나 제품에 부착해 사용한다. 기존 구리·알루미늄 기반 방열 시트보다 5배 이상 높은 성능을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