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 <43>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어벤저스 `컨슈머 피직스`

‘컨슈머 피직스(Consumer Physics)’는 사물 검색에 특화된 이스라엘 스타트업이다. 광학과 물리학, 소프트웨어, 영양학 등 다양한 분야 박사급 전문인력 30여명이 모여 만든 기술기업으로 2011년 설립됐다. 사용자가 식품, 토양 등을 스캔하면 구성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업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트에 등록해 모금기간을 2주일 남기고 목표액 22억원을 모았다. 지원자 1만2000명 중에 600명이 해커와 개발자일 정도로 전문 기술 집단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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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오로 스캔하면 해당 물질 구성 정보를 알 수 있다.<사진출처:유튜브>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컨슈머 피직스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정신아(케이큐브벤처스 이사)=사물 정보를 보다 쉽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수준 높은 기술을 구현했다. 사용자는 USB 크기 스캐너 ‘싸이오(SCIO)’로 사물을 투영하면 바로 물질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 스캐너는 세 가지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빛을 보내는 장치, 빛을 받아서 스펙트럼으로 분리하는 센서, 알고리즘으로 유도하는 센서가 필요하다. 전문용어로 ‘근적외선 분광기’다. 원래 굉장히 큰 기계를 휴대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물체는 빛을 가지고 있다. 빛은 가시광선 스펙트럼 안에서 적외선 파장을 보낸다. 사용자가 컨슈머 피직스로 빛을 보내면 반사 작용이 일어난다. 이때 분자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반사 빛이 일어난다. 이 빛을 기기 센서가 받아들여 스펙트럼으로 분석한다. 일명 ‘분자서명’이다. 이 분석 값을 모바일을 통해 클라우드로 보내고 정보를 추출한다. 이론적으로 설명하면 어렵지만 사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정보를 알고 싶은 물체를 기기로 스캔하면 실시간으로 모바일 앱에 해당 정보가 뜬다. 복숭아를 스캔하면 영양소와 선도, 당도, 숙성 정도를 알 수 있다.

-정진욱=컨슈머 피직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정신아=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OT)은 아직 실체가 없다. 스마트워치도 사실 만보계 수준에 불과하다. 컨슈머 피직스는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정보 유통이란 측면에서 가치 있다. 특정 사물의 세부 정보는 적정 장비를 가진 전문가에게만 제공돼 왔다. 컨슈머 피직스를 이용하면 대중이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알 수 있다.

-정진욱=컨슈머 피직스의 수익모델은.

▲정신아=기기 판매다. 가격도 200달러 수준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정진욱=모든 사물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능한 분야는.

▲정신아=음식과 약이다. 토양도 일부 가능하다. 주로 유기화학물 위주로 사물 정보를 제공한다. 대중이 일반적으로 가장 궁금해 하는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매일 먹는 음식과 약의 성분 정보는 정말 알고 싶은 정보다. 이 정보를 제공하며 사용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정진욱=다양한 분야 고급인재가 스타트업에 모였다.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신아=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같은 비전을 공유한 결과다. 사물인터넷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센서와 운영체제, 하드웨어란 3박자를 모두 갖춰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센서 하나만 해도 2~3년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기업이 없다. 만약 이를 한 기업이 해낸다면 엄청난 성과를 얻을 수 있고 컨슈머 피직스가 근접하고 있다. 회사를 만들고 3년간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다. 엄청난 인재가 긴 시간과 어려움을 각오하고 비전을 위해 달려간다. 이럴 때 혁신이 만들어진다.

-정진욱=클라우드에서 정보를 분석하는 기준이 되는 데이터베이스는 어떻게 수집하나.

▲정신아=처음에는 회사가 직접 데이터를 모았다. 배의 당도를 분석한다면 썩은 배와 익은 배, 덜 익은 배 등 변수와 상수를 조정하며 다양한 경우에서 데이터를 쌓았다. 일단 대중에게 서비스를 공개한 이후에는 데이터가 저절로 쌓이며 더욱 정교해진다. 사용자가 클라우드로 보내는 모든 정보가 더해지며 가치 있는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진입장벽이다.

-정진욱=별도 기기를 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을 수 있다. 스마트폰 통합은 어렵나.

▲정신아=당장 스마트폰에 넣기는 어렵지만 향후 칩 형태로 내장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음식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주방 냉장고에 붙여놓고 식사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 열쇠고리처럼 스마트폰에 휴대해도 부담 없는 크기다.

-정진욱=컨슈머 피직스가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하는 사람 말고 어떤 분야에 쓰일 수 있을까.

▲정신아=음식을 만드는데 적합하다. 초보자가 김치를 담근다고 하자. 김치 담그기 앱을 내려 받고 조리를 시작한다. 1단계를 끝내고 기기를 스캔한다. ‘소금 부족, 100g 추가’ 정보를 얻고 조치한다. 고춧가루 양과 저림 정도 등 음식 맛을 좌우하는 요소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조리 과정을 단계별로 체크하며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위생 수준 점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손의 위생 상태를 체크하고 아이와 접촉한다. 음식이 상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향후 사람의 체내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헬스케어란 다른 차원의 시장을 열 수도 있다.

-정진욱=국내에도 시장이 있을까.

▲정신아=다이어트 시장만 겨냥해도 의미 있다. 당장 먹는 음식을 분석해 당도와 칼로리 정보를 제공한다. 음식의 양을 분석해 어느 정도 먹으면 다이어트에 지장 없는지 알려준다. 음식 조절이 필요한 당뇨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체내 분석으로 헬스케어 시장을 열면 대체 의학이 탄생할 수도 있다.

-정진욱=국내에도 컨슈머 피직스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정신아=토양은 있다. 국내 박사 인력이 많다.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면 뭉칠 수도 있다. 최근 정부의 기술 창업 지원 등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혈압, 당뇨 식단 체크로 접근하며 영역을 넓히면 해볼 만하다.

-정진욱=컨슈머 피직스 같은 팀에 투자할 의향은.

▲정신아=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야 한다. 긴 시간을 버틸 진득함도 필요하다. 적어도 한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하며 팀을 이끌 리더도 중요하다. 모든 게 갖춰진다면 90%다.

-정진욱=컨슈머 피직스가 시사하는 바는.

▲정신아=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비전 하나로 모았다. 창업자는 확실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정신아 이사가 평가한 ‘컨슈머 피직스’

컨슈머 피직스 현황.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 <43>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어벤저스 `컨슈머 피직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정신아] <43>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어벤저스 `컨슈머 피직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