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경쟁력은 부품 산업에서 나온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스마트폰, 가전 1위에 올랐다. 중국 업체의 추격이 매섭지만 격차를 그나마 유지하는 힘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앞으로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 핵심 부품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서 중국 업체들도 첨단 핵심 부품을 손쉽게 조달한다. 부품에 이을 비교우위 품목 발굴이 절실하다. 소재가 대안이다.
소재는 부품보다 개발 기간이 더 오래 걸리며 천문학적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분야다. 기술력 격차를 쉽게 극복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 기술 제조 산업을 모두 제쳤지만 소재만큼 넘지 못했다. 한국 기술제조업의 ‘아킬레스 건’을 없애자는 게 바로 2009년부터 본격화한 세계일류소재(WPM)사업이다.
이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벌써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사업 참여 9개 중소기업이 그새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참여 중소기업이 1000억 원 매출과 9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아직 기술개발을 완료하지 않은 단계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효과다. ‘세계 4대 부품소재 강국’이라는 고지가 곧 눈앞이다. 그런데 다시 멈칫한다.
2010년부터 10년간 정부 예산 1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7000억 원 규모로 축소했으며, 이마저 더 줄어들 판이다. 소재 개발 사업 특성상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한데 ‘대기업 지원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WPM 예산 확대는커녕 유지조차 어렵다고 한다. 대기업의 상용화 투자도 더디다. 당초 10조원 넘게 투자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1조원 수준이다. 기술 개발이 진전하면 상용화 투자가 본격화하겠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업계는 소재 강국이라는 꿈을 아예 꾸지 않았다. WPM사업 이후 결코 불가능한 도전이 아님을 확인했다. 산업부와 소재기업 모두 자신감이 붙었다. 더 힘을 북돋아 주려면 최소한 예산 지원만이라도 지속해야 한다. 당장의 가파른 오르막길만 넘으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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