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페널티를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근로자의 임금 등으로 돌리는 기업에는 세제·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1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취임 후 첫 과제로 이런 내용을 담은 가계 가처분 소득 증대 방안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금, 임원 상여 등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 사내에 축적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 계열사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으로 2010년 말보다 43.9% 늘어났다.
정부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을 근로자 임금이나 배당 등 실물·가계 부문으로 이동하기 위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내유보금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 기업이 유보금을 임금이나 배당 등으로 돌렸을 때 세제·금융상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가계 부문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생각에 따라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유보금 과세안을 확정하면 정부·여당이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제재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이 된다.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2명의 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법인의 과도한 사내유보금 과세안(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으나 정부·여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직원 성과급 등으로 환원하는 기업은 세제·금융 지원책을 제시하는 방안도 함께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직원 성과급이나 배당 등으로 돌려줄 때에는 비용으로 처리해줌으로써 세제상 혜택을 주던 것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부는 사내유보금 페널티 차원에서 기업 유보금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득을 영업이익과 분리해 더 높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등 대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유보금이 가계로 흐르지 않다 보니 경기가 회복돼도 과실을 가계가 가져가지 못한다는 인식에 따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가급적 기존 정책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