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41>10년을 버텨 만든 성공 `오이식스`

‘오이식스(Oisix)’는 고급 식료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2000년 창업한 일본 기업으로 지난해 일본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159억엔(약 1592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5% 수준이다. 안전한 고급 식료품을 인터넷으로 쉽게 가정으로 배송한다는 목표 아래 친환경 유기농만 취급한다. 블로그와 주부 커뮤니티에서 이용기가 공유될 정도로 국내 인지도도 높다. 일본에서는 창업가 스토리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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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식자재 유통 기업 오이식스. 생산자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사진:홈페이지>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오이식스를 좀 더 설명해 달라.

▲이은우(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주문하면 수확한다’라는 슬로건이 회사 서비스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한다. 산지식송으로 제품을 확보한다. 전국 1000여개 농가와 계약을 맺고 중간 유통을 없앴다. 100% 계약 재배로 고품질 유기농 농산물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배송과 포장에도 강점을 보인다. 도쿄 같은 대도시는 2시간 단위로 배송시간을 지정해 편한 시간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포장은 개별 제품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처리했다. 제품이 훼손되지 않고 선도를 유지하는 냉장포장도 돋보인다.

-정진욱=오이식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은우=전자상거래가 등장한지 오래지만 아직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곳이 식료품 분야다.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많은 기업이 오래 전부터 도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시장 관점에서 보자면 이제 타이밍이 맞는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앞서갔다면 이제는 시장 개화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창업자 스토리도 얘기해 보고 싶다.

-정진욱=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보는 근거는.

▲이은우=친환경 유기농 제품 수요는 이미 새롭지 않다. 안전한 먹거리 관심은 충분하다. 전자상거래 관점에서 본다면 사용자 경험과 물류 등 제반 인프라가 궤도에 올랐다. 식료품은 전자상거래의 미개척지이자 가장 큰 시장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5년 안에 의미 있는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진욱=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사용자라면 눈높이가 높다. 오이식스는 어떻게 고객의 신뢰를 얻었나.

▲이은우=‘첫 구매를 위한 스페셜 박스’란 마케팅으로 서비스 진입을 유도한다. 첫 구매자에 한해 3만원짜리 상품을 2만원에 할인해준다. 제품 퀄리티와 포장·배송 상태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고정 고객이 된다는 자신감이다. 회사와 계약을 맺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 인터뷰 동영상도 제공한다. 사용자는 제품을 주문하기 전 동영상으로 생산자와 생산지, 생산시설을 확인한다. 정확한 정보 공개로 고객 신뢰도를 높였다.

-정진욱=가능성은 있다지만 현재는 식재료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친환경 유기농으로 한정하면 시장이 너무 작지 않나.

▲이은우=친환경 유기농 시장 규모만 4조원에 이른다. 전체적인 식품 시장 규모는 정체지만 친환경 유기농 시장은 성장 중이다. 식료품 전자상거래 시장도 현재는 작지만 성장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성장하는 분야가 친환경 유기농 시장이다. 친환경 유기농은 스타트업이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일반 식료품 시장으로 가면 엄청난 자본과 유통망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이마트와 경쟁해야 한다. 고품질 제품은 스타트업이 노력으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1000여개 농가를 직접 만나 계약을 따내기는 돈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소수보다 다수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들에겐 친환경 유기농을 원하는 소수보다 적당한 퀄리티와 싼 가격을 원하는 다수가 중요하다.

-정진욱=창업자는 어떻게 오이식스를 운영해 왔나.

▲이은우=27살에 회사를 창업했다. 도쿄대 공대를 졸업하고 컨설팅 업계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상장하기까지 13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창업자가 ‘지금 생각하면 토할 정도로 아찔하다’고 할 정도의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농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너희는 흙 맛을 모른다’는 질책에 실제 여러 지방 흙을 먹어봤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10년을 버틴 오이식스가 스타트업 현실이다.

-정진욱=10년이란 장기간의 청사진을 가지고 창업을 하기는 쉽지 않지 않나.

▲이은우=물론 어렵지만 10년을 감안하고 움직이면 성공 확률은 더 높다고 본다. 빠르게 승부가 나지만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모바일 게임보다는 10년을 각오하고 강한 신념으로 움직이는 팀이 성공에 더 가깝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걸으면 된다. 주관적이고 체험적인 결론이기도 하다. 물론 장기간 버티기 위해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행운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로 인한 안전한 먹거리 수요가 커졌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오이식스만 잡을 수 있는 행운이다.

-정진욱=국내에도 친환경 유기농 시장이 있을까.

▲이은우=시장은 벌써 열리고 있다. 스타트업 ‘헬로네이처’ 등 관련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소셜커머스가 난립했듯이 다양한 기업이 나올 것이다.

-정진욱=물류와 배송 등 스타트업이 시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언한다면.

▲이은우=아무나 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상거래와 물류 경험이 필요하다. 농산물 구매뿐만 아니라 생산자 관리까지 가능한 인물이 있어야한다. 경쟁자는 이마트보다는 생협이나 한살림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위주로 움직이고 있어 온라인 역량은 의문이다. 시장 1등이 돼도 큰돈은 벌기 힘들다. 오이식스도 이익률은 높진 않다. 하지만 식료품 온라인 유통의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인수 모델이다.

-정진욱=오이식스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이은우=품질과 가격을 단계적으로 넓히며 더 큰 고객층에 접근한다. 최상품에서 상품으로 등급을 낮추며 가격도 조절한다. 하이앤드 시장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층을 확대한다.

-정진욱=오이식스 같은 국내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투자할 의향은.

▲이은우=좋은 인력 구성과 긴 시간을 버틸 끈기를 가진 팀이라면 70%다.

-정진욱=오이식스가 시사하는 것은.

▲이은우=간단하다. ‘짧게 보면 어려운 길, 길게 보면 쉬운 일’이다.

이은우 상무가 평가한 오이식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41>10년을 버텨 만든 성공 `오이식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41>10년을 버텨 만든 성공 `오이식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