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직구(直購)와 야구(野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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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해외 쇼핑몰에 직접 접속해 개인이 구매한 물품을 반입하는 사례는 예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해외 ‘직구(直購)’에 대한 관심과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인터넷 발달이 초래한 직접구매 확산은 수입물품에 대한 소비자의 성향이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 어느 곳에 있는 물품이건 안방에 앉아서 구매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매력적이다. 게다가 독점계약으로 들여온 수입제품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개인이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직접 구입하거나 대행업체를 거쳐 구입한 물품은 대부분 특송업체를 통해 반입된다. 특송으로 반입되는 물량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해 세관을 거쳐 반입된 해외 직접구매 물품에 대한 지불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2년에 비해 47%나 급증한 것이다.

2010년 878만건이었던 특송물량은 2012년 1400만건으로, 다시 지난해에는 1772만건으로 증가했다. 특송물량 중 전자상거래로 반입되는 물량 역시 2012년 794만건에서 지난해 1116만건으로 폭증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훨씬 전부터 개인이 자가사용을 전제로 반입하는 소액의 수입물품에는 복잡한 수입절차를 생략하고 간편한 절차를 적용해왔다. 전자상거래 확산에 따라 날로 폭증하는 특송물량은 세관에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범람하는 물량 속에 마약·짝퉁, 위해 식·의약품 등 불법물품의 반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인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100달러(미국발 화물은 200달러)의 소액물품은 면세로 처리되는 점을 악용한 분산 반입과 탈세 방지 역시 세관의 관심사다. 다수의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반입하게 하면서 간단한 절차를 적용받은 물품을 모아서 상업용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일종의 밀수다.

불법행위에 대응한 세관의 단속제도와 기법은 지속적으로 진화해왔다. 올해 6월부터 직접구매가 가능한 대상품목을 전면적으로 확대한 것은 바로 이러한 세관의 단속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물품 반입단계에선 정보 분석과 물품검색이 중요하다. 특송물품의 반입 내역에 관한 정보는 사전에 취합돼 세관에 제출되고 세관은 우범성을 분석한다. 모든 특송물품은 엑스레이 검색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1차적으로 불법 물품을 선별해 검사하게 된다. 2010년부터는 엑스레이 영상정보와 특송업체가 제출한 물품내역에 관한 정보를 하나의 모니터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검색의 질적 수준까지 높였다.

반입된 이후 대책도 중요하다. 개인용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거래에서 구입한 다수의 물품을 면세 금액 이하의 포장 단위로 쪼개 반입하면 사후 정보분석으로 합산해 과세한다. 올해부터는 특송업체에 특송물품의 실제 배송지 정보를 세관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타인 명의로 반입한 물품을 특정 주소지로 집하시켜 판매하는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독점수입품의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회적 인식이 고착돼왔다. 이는 지난 4월 9일 관세청에서 발표한 10개 공산품의 가격공개에서도 확인됐다. 해외직구 품목 확대는 병행수입 활성화와 함께 독점수입의 대안경로를 모색함으로써 수입물가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책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이 게임에서 관세청과 세관은 포수(捕手)가 된다.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들어오는 직구(直球)든, 우회해 반입되는 커브든 포수는 안정적으로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포수가 뒤로 빠뜨리는 패스트볼(Passed ball)이 많아진다면 게임 자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볼 하나 없는 안정적인 게임운영을 통해 수입품의 유통구조가 개선되고 관중이자 참여자인 소비자가 환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찬기 관세청 통관지원국장 nettzan@custom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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