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지 위협…디스플레이 시장 평정하나
세계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이미 TV 등 대형 제품 규모를 뛰어넘은 상황이어서 중국의 공세는 디스플레이 시장을 평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BOE와 같은 중국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이어 최근 티안마·트룰리 등 현지 중소 업체들까지 고해상도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한 한국과 일본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4.5세대(730×920㎜) LCD 라인(L4) 설비를 매각하기로 한 입찰에는 중국 중소형 디스플레이 업체들만 참여했다. 티안마·에버디스플레이·트룰리가 경쟁한 가운데 가장 가격을 높게 써낸 트룰리로 결정됐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라인 매각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삼성물산이 맡아 진행한다”며 “소형 LCD 라인 매각은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룰리는 이 설비를 중국 후이저우로 가져가 저온폴리실리콘(LTPS) 생산능력을 갖추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장비 반입을 모두 마치고 연말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트룰리가 매입한 L4라인 생산능력은 투입 원판 기준 10만5000장 정도다. 트룰리는 나아가 LTPS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내년 4.5세대 신규 라인을 완공하는 한편 오는 2016년 12월에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양산한다는 목표다.
티안마 또한 저가 중소형 위주에서 고해상도 중소형 제품으로 확장하기 위해 LTPS와 AM OLED 라인 설비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샤먼에 구축해 놓은 LTPS 생산능력은 5.5세대(11300×1500㎜) 라인 약 3만장으로, AM OLED 양산까지 고려해 투자했다. 그뿐만 아니라 6세대(1500×1850㎜)용 공장도 지어놓았다. 상하이에 LTPS 2라인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상하이에는 4.5세대 LTPS1 라인이 있다.
비저녹스도 5.5세대 LTPS·AM OLED 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해 발주를 진행해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내년 4월에는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저녹스가 LTPS 라인을 보유하게 된 것은 일본 기술을 들여온 후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 매입한 2.5세대 연구개발(R&D) 전용 라인을 통해 LTPS와 AM OLED 기술을 확보했다. 에버디스플레이는 AM OLED 라인 투자를 마치고 대량 생산을 준비 중이다.
중소 디스플레이 업체들까지 나서면서 고해상도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벌써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다. 이미 일본과 한국 업체들은 고해상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시장 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LTPS 라인 생산능력의 40%를 일본 JDI가 점유할 만큼 공격적으로 투자를 했다. LG디스플레이도 13.3%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비정질실리콘(a-Si)에서 LTPS로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BOE와 CSOT 등도 LTPS 전용 라인 투자를 결정했으며 폭스콘이 자회사 센추리, 티안위 등을 통해 소형 라인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중국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해상도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었지만 몇 년 후에는 모든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경쟁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