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조덕 화순전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진단의료기술을 결합하면 수천억원 규모의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수혈 등 진단의학 분야 R&D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스마트수혈관리 시스템을 전 세계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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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 화순전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10년 전 스마트 디바이스 하나로 채혈부터 혈액검사, 보관, 환자투여 등 수혈 전 과정을 매니지먼트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응급상황 발생 시 채혈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혈액이 다른 사람에게 잘못 수혈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례를 수차례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가 ICT와 의료 융합을 ‘사람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조 교수는 “단 한건도 용납될 수 없는 ABO 혈액형 부적합수혈로 인한 부작용이 최근 4년간 무려 12건이나 보고 됐다”며 “바코드시스템, RFID, 스마트디바이스를 활용한 수혈사고방지 시스템이 의료기관에 정착돼야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산학협력단과 의료SW 전문기업 해건이 개발하는 맞춤형 수혈·고위험 약물 투약관리시스템은 연말 상용화될 전망이다.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시범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방대한 환자정보와 의약품 투약기록 등 DB화가 진행 중이다.

조 교수는 “화순전남대병원은 광주·전남지역 혈액의 33%를 소비하고 있다. 백혈병 등 암환자 대다수가 이곳을 찾으면서 수혈관리 선진화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며 “이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수혈 등 의료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의 ‘스위스 치즈 모델’ 처럼 치즈가 여러 겹 쌓여있어도 송송 뚫린 구멍을 통해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 사고는 여러 원인이 중첩된 결과라는 표현이다.

안전한 수혈관리와 고위험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한 2중, 3중 안전장치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화순전남대병원은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지난 2010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고려대 안암병원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인증을 통과하면서 국립대병원 최초로 JCI인증 종합병원이 됐다. JCI는 미국 의료기관의 의료수준을 평가하는 비영리법인인 제이코(JCAHO)가 1994년 만든 국제기구다.

올해 초 화순전남대병원의 전산실장으로 취임한 조 교수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천여종의 혈액이 보관된 혈액은행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희귀혈액형, 특이항체 선별에서부터 환자의 면역상태를 고려해 방사선조사 및 백혈구가 제거된 특수혈액제재 공급망을 관리한다. 특이 케이스가 발생할 경우 의료진과 함께 솔루션 해결에 나선다.

안전수혈교육 및 ABO 혈액사고 예방 캠페인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대한수혈학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인 조 교수는 이달 초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수혈학회에 초청연사로 참석해 ‘ABO서브그룹 스터디 인 코리아’를 주제로 기조강연도 했다.

조 교수는 “몇해 전 옥스퍼드대학병원의 수혈프로그램을 견학했는 데 2명의 수혈 전담 간호사가 PDA로 수혈 전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며 “세계 최고 IT강국인 우리나라는 스마트폰과 연계한 스마트혈액관리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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