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백락(伯樂)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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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하던 총리 내정자가 발표됐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밝힌 지 40여일 만이다. 아직 청문회가 남았지만 시선은 이제 개각에 쏠린다.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갈까. 시기는 언제쯤일까.

장관 인사는 인사 중 인사다. 국운을 좌우한다. 고금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누구를 썼는지에 따라 국가 흥망이 달라졌다.

고위직 인사 때마다 생각나는 고사가 있다. 논어에 나오는 ‘초상지풍(草上之風)’이다. 풀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 흔들린다는 말이다. 원문은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소인지덕초(小人之德草)’다. 군자가 따뜻한 바람으로 백성을 대하면 사람들은 그 따뜻한 바람이 부는 대로 머리를 숙인다는 뜻이다.

사회 지도층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 행동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국가 위기관리 부재로 지금 국민은 상심해 있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줄 초상지풍의 각료를 고대한다.

천리마와 백락(伯樂) 이야기도 인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가는 명마다. 백락은 천리마를 알아보는 사람이다. 당나라 때 문인 한유(韓愈)는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千里馬는 常有)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伯樂은 不常有)’며 자신이 천리마임에도 중용되지 못함을 한탄했다. 우리 주변에 천리마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백락은 천리마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백락이 없는 건지 천리마가 없는 건지 아리송하다.

천리마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많은 것을 갖춰야 한다. 전문성은 기본이다. 여기에 열정, 추진력, 솔선수범, 헌신, 소통과 공감 능력 등이 필요하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박근혜정부의 인사는 그동안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번 개각에선 이를 씻을 수 있는 ‘백락의 눈’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방은주 전국취재부장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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