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다. 접히는(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두 번 접으면 4인치대 스마트폰으로 쓸 수 있고, 펴면 8~9인치대 태블릿PC로 사용 가능하다. 스마트폰·태블릿PC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또 한 번의 하드웨어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선행개발팀은 180도로 두 번 접히는 디스플레이로 트랜스포머 태블릿PC를 개발 중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자적으로 진행해오다 최근 무선사업부 선행개발팀으로 이관됐다. 갤럭시S 시리즈 탄생에 상당한 역할을 한 상무급 임원이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우선 5인치대 디스플레이로 10여대의 시제품을 생산해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에는 8~9인치대 태블릿PC 샘플을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협력사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기 어려운 만큼 양산 수율이 안정화될 때까지 소형 디스플레이로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리려는 계산으로 분석됐다.
이 제품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해 풀HD급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유리기판 대신 폴리이미드(PI) 소재를 적용해 180도까지 접을 수 있다. 단일층 터치스크린패널(TSP)도 장착됐다. 현재 삼성전자 개발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초에는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최종 단계다. 지난해 스마트폰에 적용된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달리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접거나 두루마리처럼 말았다가 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CES) 2014에서 비공개 VIP행사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주최로 VIP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특히 CES 2014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해당 프로젝트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로 곧바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핵심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무선사업부로 프로젝트가 넘어갔다는 것은 최소 1년 안에는 제품이 출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성용 콤팩트처럼 핸드백에 접어 넣을 수 있는 태블릿PC가 이번 신제품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태블릿PC 시장에서 주력 하드웨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수 소재·부품을 써야 해 아직 제조 원가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폼팩터에 맞는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는 ‘킬러 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