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환경 히든챔피언을 찾아서]보국전기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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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보통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만 일하면 전문가로 대접받는다. 강산이 다섯 번 넘게 변하는 기간 동안 발전기 제조 외길을 걸었다면 ‘장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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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국전기공업 대구 공장 내부 전경.

보국전기공업(대표 곽기영)은 ‘공업보국(工業報國)’을 모토로 곽종보 회장이 지난 1961년 창업했다. 발전기 분야에서는 ‘장인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주 곽종보 회장은 모터와 변압기 수리로 시작했다. 경제개발이 되면서 직물공장 방직기에 들어가는 룸모터를 첫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발전기 제조는 1980년부터다. 이미 모터 기술을 확보했으니 어렵지 않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는 곽기영 사장도 26세의 젊은 나이에 아버지 곽 회장의 뒤를 이어 뛰어들었다.

이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등대용 발전기를 국내 최초로 제작해 납품했다. 충전기를 이용한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건설경기 호황에 따른 발전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금의 대구 달성 구지공단으로 확장 이전했다. 발전기 업계 최초로 자체 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때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최대 발전기 업체였던 ‘D기계’가 IMF구제금융 시기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졌을 때도 뚝심으로 버텼다. 단순 조립이 아닌 제조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보국전기공업은 비상시에만 제한적으로 쓰는 발전기뿐만 아니라 상용발전기를 제조하는 유일한 업체다. 매출에서 순수 건물 비상용 발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국가 주요시설이나 상용이 대부분이다. 상용발전기는 무엇보다 신뢰성과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외형은 최고가 아니지만 기술력만큼은 첫 손에 꼽는 이유다. 업체 수조차 헤아리기 힘든 발전기 업계에서도 기술력에 있어서만큼은 한수 양보한다. 한국전력으로부터 전기를 직접 공급받지 못하는 도서지역 발전기는 대부분 보국 제품이다.

발전기 용량도 최대를 자랑한다. 설비용량 2000㎾가 중소기업이 제작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이지만 보국은 5000㎾까지 가능하다. 이미 말레이시아 국영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에 5000㎾급 2기를 납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지역에 4500㎾ 6기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용 비상전원도 보국이 맡았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서도 기술력을 인정한 성과다.

등록된 특허만 18건이다. 발전기 자체가 100년도 넘은 기술인 것을 감안하면 기술개발에 지속 투자한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발전기에 새로운 기능을 넣은 신제품을 개발해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설계와 제조를 직접 하는 자부심 때문이다. 최근 발전기 업체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제조보다는 중국산 제품 유통으로 돌아서도 제조만을 고집한다. 후발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다. 기술자 근무경력도 기본 15년이다. 직원 이동이 많은 업계지만 핵심 기술자 이동은 없다.

곽기영 사장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로 소비재처럼 디자인만 바꿔서 나올 수는 없는 제품”이라며 “발전기는 흉내 내기는 쉽지만 고장 났을 때 대처하는 게 기술이자 노하우”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개폐기로 사업을 확장했다. 전용 공장도 신축했다. 보국전기공업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삼는다는 게 곽 사장 구상이다. 수출 전망도 좋다.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 올해 처음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곽기영 사장은 “100년 기업은 다음 세대의 몫”이라며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기술과 노하우라는 정공법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국전기공업 매출 추이>

보국전기공업 매출 추이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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