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별도로 징벌적 요금할인제도를 도입한다. 징벌적 요금할인제도는 통신사업자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대신 제재 기간에 해당하는 금액(과징금)만큼 고객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통신업계는 “이중 규제”라며 즉각 반발할 태세여서 논란이 예상됐다.
22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이통사 제재 실효성을 높이는 연구과제를 시작했다. 주 내용은 징벌적 요금할인제도 도입과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상향 조치다.
미래부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 개념을 통신사 불법 영업에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단계”라며 “해외 사례와 전문가 의견 등을 청취한 후 정책 안을 정하고 법 개정을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통신사 불법 영업에 대한 정부 규제는 ‘단통법’과 ‘징벌적 요금할인’ 투 트랙으로 이루어진다. 고시 제정 중인 단통법에는 긴급중지명령 등 통신사 제재 방안이 포함돼 있다.
차별적 보조금으로 시장을 어지럽히는 행위에는 실시간으로 사업정지 등 조치를 취하고(긴급중지명령) 그래도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으면 요금할인으로 고객에게 보상(징벌적 요금할인)하게 하는 것이다.
미래부는 지난 3월 “영업정지로 인해 고객 불편과 제조사 피해가 크다”며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정지에 갈음한 과징금에 상당한 금액만큼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후 단통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정부는 ‘서킷 브레이커’ 등 논의 중이던 이통사 제재 방안을 단통법에 병합했지만 ‘징벌적 요금할인’은 원안대로 추진키로 한 것이다.
징벌적 요금할인이 실현되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상 최장 135일에 달하는 영업정지 기간만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통신사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소비자와 제조사 피해를 고려해 매번 영업정지 기간을 최소 수준으로 적용해 왔다. 보조금 과열 주도사업자 처벌에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3사 공동제재 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휴대폰 시장 과열 시 주도사업자를 가려내는 기준을 정비 중이다.
사업정지가 아닌 과징금 성격의 요금할인으로 주도사업자를 처벌하면 금전적 손해는 물론이고 개인당매출(ARPU) 등 통신사 주요 지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요금할인 효과보다는 차별적 보조금 지급 등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징벌적 요금할인’ 제도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정욱 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징벌적 요금할인이 추진되면 통신사는 보조금 투입에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실제 소비자 요금할인 효과보다는 차별적 보조금으로 인한 피해를 원천봉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업계가 이중규제라고 반대 견해를 나타내고 있어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에도 이통사 제재 방안 담겨 과열된 시장을 충분히 식힐 수 있다”며 “징벌적 요금할인 제도를 도입하면 이중 처벌을 받게 된다”면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단통법에서는 보조금 차별 시에는 이통사에 최고 3억원이나 관련 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속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의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가권자로서 통제수단은 필요하다”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