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 진료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전자의료기록(EMR/EHR) 인증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각 의료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돼온 진료정보교류가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큰 틀에서 통합,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2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진료정보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의료기록 인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박정선 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지금까지 진료정보교류가 있어왔지만 어떤 항목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각 의료기관이 각자 알아서 맡아 했다”며 “이것만은 꼭 지키자는 국가 단위의 표준이 없었기 때문에 필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초안은 작성된 상태다. 지난해 1차 사업을 통해 EMR/EHR 시스템의 기능성·상호운용성·보안성에 대한 인증 기준을 도출하고 내부 연구팀 검토와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했다. 지난 14일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진흥원은 인증 가이드라인을 하반기 현장에 실제 적용하고 검증을 마쳐 앞으로 진료정보교류의 기초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자의료기록에 대한 일종의 틀을 만들어 병원 간 진료정보교류의 근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시스템의 기능성·상호운용성·보안성에 대해 평가를 하기 때문에 정보교류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MR/EHR 시스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의료정보교류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치료를 위해 여러 병원을 이용하면서 정보의 전달 빈도가 증가하는데 반해 병원간 구축된 의료정보시스템이 제각각이고, 중견·중소병원들은 재정형편이 어려워 기존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주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2004년에도 정부는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교류를 위해 정보화사업을 추진한 바 있지만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10년 만에 다시 진료정보교류 사업이 추진되는 셈인 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여전히 적극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실행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기술적인 이슈보다도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진료정보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미국·캐나다 등 혁신사례에 인센티브를 주고 뉴질랜드와 일본에서는 교류행위에 대한 수가보상이 이뤄진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상호운용성이 인증된 EMR/EHR 도입 비용에 대해 정액 또는 정률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진료정보교류행위에 대한 건보 수가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의료 정보화 업체 관계자도 “많은 EMR 구축 사례가 있지만 아직도 환자가 개별적으로 진료정보를 출력해가는 구조”라며 “어떻게 해야 다른 병원들이 효율적으로 진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지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인증 가이드라인이 실제 현장에 도입·확산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진흥원 측은 “보건복지부의 연구 사업으로 진행된 만큼 정책적인 활용과 지원을 복지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MR/EHR 인증 가이드라인 추진 배경
(자료: 보건산업진흥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