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의 정보통신부]<182>정권 인수의 현장, 대통령직인수위<1>

2002년 12월 20일을 기해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떴다.

대통령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이었다. 권력의 추는 대통령 당선인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의 숙명이었다. 대통령 당선인의 첫 과제는 정권 인수와 국정 설계도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 업무를 담당했다. 인수위 활동이 정권 5년을 좌우하는 셈이다.

2002년 12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이병완 당시 민주당 정책위 부위원장(청와대 비서실장,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임, 현 무소속 광주시장 예비후보)을 불렀다.

“인수위를 좀 짜시오.”

노 당선인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이 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현 렉싱턴호텔)에 방을 잡아 노 후보 정책자문단 명단을 참고해 인수위 명단을 작성했다고 회고했다.

이틀 뒤인 12월 25일.

노무현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채정 민주당 정책위 의장(국회의장 역임)을 임명했다.

이낙연 당선인 대변인(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예비후보)은 “인수위원 인선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내일(26일) 인수위 구성작업을 마무리한 뒤 30일께 인수위 현판식을 갖고 정부 인수인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인수위 각 분과위원장과 분과위원은 대부분 정치인 출신이 아닌 전문가 출신을 발탁할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정책 실무형 인수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인은 다음날인 26일 인수위 부위원장에 김진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경제·교육 부총리 역임, 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을 임명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조직을 기획조정, 정무, 외교·통일·안보, 경제1, 경제2, 사회·문화·여성 6개 분과와 당선인 직속 특별기구인 국민참여센터로 구성했다.

국민참여센터는 노 당선인이 “국민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여론을 듣고 정책건의를 받는 이런 조직은 국민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노 당선인은 기획조정분과위 간사에 이병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무분과위 간사에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청와대 정책실장, 교육부총리 역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간사에 윤영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외교통상부 장관 역임, 현 정책네트워크내일 이사장), 경제1분과위 간사에 이정우 경북대 교수(청와대 정책실장 역임, 현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 경제2분과위 간사에 김대환 인하대 교수(노동부 장관 역임, 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를 각각 임명했다. 또 사회·문화·여성 분과위 간사에 권기홍 영남대 교수(노동부 장관, 단국대 총장 역임),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에 이종오 계명대 교수(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 역임), 인수위 대변인에는 정순균 당선자 공보특보(국정홍보처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역임)를 각각 임명했다.

이들 중 이정우, 김대환, 이종오 간사는 서울대 상대 동기동창이었다. 이들은 간사 임명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이정우 전 실장은 그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누군가 전화로 “당신 이름이 오늘 신문에 났다. 인수위 명단에 들어가 있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신문을 읽고 임명 사실을 알았다.

김병준 전 부총리도 대선 후 전화기를 꺼버리고 며칠 집을 비웠다가 길에서 신문을 사서 읽고 정무분과 간사로 임명된 사실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언론은 이날 분과위원회별 인수위원도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분과위별 인수위원은 기획조정에 성경륭 한림대 교수(청와대 정책실장 역임), 정태인 경제평론가(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장, 현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무에 윤성식 고려대 교수(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역임),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청와대 홍보수석 역임), 박범계 당선자 법률특보(청와대 법무비서관 역임, 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외교·통일·안보에 서동만 상지대 교수(국정원 기조실장 역임),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통일부 장관 역임, 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서주석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청와대 안보수석 역임) 등이었다.

또 경제1분과에 허성관 동아대 교수(행정자치부 장관 역임), 신봉호 서울시립대 교수(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 역임),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팀장(한국금융연구원장 역임), 경제2분과에 박준경 KDI 선임연구위원, 이주헌 한국외국어대 교수(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역임), 정명채 세명대 교수(현 세종대 교수), 사회·문화·여성분과에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역임, 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김영대 개혁국민정당 사무총장 등이다. 인수위 행정실장에는 정만호 민주당 정책기획실장(청와대 의전비서관 역임, KT 미디어본부장 역임)이 선임됐다.

정보통신부는 경제2분과 소관이었다. 경제2분과는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소관업무도 담당했다.

그러나 27일 인수위가 최종 확정한 인수위원 명단에서 두 사람이 교체됐다.

그 중 한 사람이 경제2분과 인수위원에 내정됐던 이주헌 교수였다. 이 교수 대신 박기영 순천대 교수(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역임)가 인수위원으로 들어갔다. 박 교수는 노 당선인의 과학기술정책을 입안하고 자문했던 자문교수였다.

이주헌 교수의 회고.

“선거가 끝나 ‘이제 뭘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신문에 내가 인수위원으로 내정됐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27일 정식 인수위 명단에는 빠졌습니다. 인수위원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고 인수위 업무도 잘 알지 못해 ‘그러하겠거니’ 하고 있는데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작고)이 전화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몹시 흥분해 묻더군요. 그날 오후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전화를 해 ‘당연히 들어갈 분으로 판단해 인수위원으로 선임했는데 노 당선인이 최종 결재 과정에서 이 교수를 빼고 다른 사람을 넣었다. 당선인이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박기영 교수의 인수위원 임명은 노 당선인의 결정이었다.

박기영 교수의 증언.

“노무현 당선인이 후보시절 캠프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준비했습니다. 후보자의 자문에 응하면서 각종 토론회에 노 후보자를 수행해 참석했습니다. 인수위원 임명은 뉴스를 통해 알았습니다. 어느 날 이병완 부의장이 전화해 인적사항을 물어본 적은 있습니다. 그때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노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이 부의장이 박 교수에게 전화해 인적사항을 파악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극비사항이었다.

과거 대통령직 인수위는 권력투쟁의 현장이었다. 실세들이 자기 사람을 넣기 위해 치열하게 다퉜다. 그러나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 때 구성은 달랐다.

인수위는 인수위원 25명 중 당 출신 2명, 관료는 1명뿐이었고 나머지는 교수나 관련 분야 전문가였다. 당 출신은 임채정 위원장과 이병완 간사, 관료 출신은 김진표 부위원장이었다.

이런 인수위 구성은 ‘정부를 접수하는 권력형보다 정책적으로 분석 판단하는 실무형이 돼야 한다’는 노 당선인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노 당선인은 ‘정권은 정책을 펼치기 위해 잡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해 12월 30일 오전 8시 50분.

노무현 당선인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인수위 현판식을 갖고 임채정 인수위원장과 김진표 부위원장 등 25명의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인수위는 슬로건으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를 내걸었다.

노 당선인은 첫 회의에서 “여러분은 노무현정부의 지도 제작자들”이라며 “전문가 중심의 정책형 인수위로서 성격을 명확히 하고 정부가 서 있는 자리와 5년 동안 가야 할 길을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수위는 △포괄적인 국정 현안 파악 △정부 이행기의 주요 정책관리와 조율 △대선 공약에 대한 평가 △새 정부의 국정방향 제시 △대통령 취임식 준비 등의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2003년 1월 1일.

노무현 당선인은 신년사를 통해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 국민이 주권자인 시대를 열겠다”며 “권위주의 정치와 지역주의 정치, 부패문화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인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 열심히 일하면 땀 흘린 만큼 잘사는 사회,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자”고 당부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1월 15일까지 부처별 주요 현안과 업무를 보고받고 1월 말까지 국정철학 및 주요 국정과제를 정리한 뒤 2월에 국정과제별 실천방안 공개 세미나를 열어 새 정부 국정철학과 주요 과제를 확정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과거 인수위가 호가호위하고 점령군처럼 행세했던 점과는 달리 부처 업무보고도 실무자 위주로 받았다.

정통부는 7일 인수위 경제2분과 소회의실에서 변재일 기획관리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과 실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수위에 주요 업무 현황을 보고했다.

그해 1월 8일.

인수위원회는 이날 35개 부처에서 파견되는 공무원 5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2∼3급 전문위원 36명, 4∼5급 행정관 21명이었다. 파견 공무원들은 각 부처에서 ‘베스트’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원과 전문위원의 추천을 받아 중앙인사위원회와 청와대 등 관련기관의 인사자료 및 외부 용역기관의 객관적 평가자료 등을 검토하고, 해당기관 내부 인사기록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면서 “국정원과 검찰, 국방부 등 4개 부처 공무원은 해당기관 3배수 추천 명단에서 1순위로 추천된 인원을 전부 선임했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정통부에서는 노준형 정보통신정책국장(정통부 장관,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역임, 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이 전문위원으로 발탁됐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 정통부 정보화기획심의관과 국제협력관 전파방송관리국장을 지냈다.

행정관으로는 노영규 정보화기획실 기획총괄과장(방통위 기조실장 역임, 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부회장)이 파견 나갔다. 그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6회 행정고시 출신이며 정보화기획실 정보화지원과장을 거쳤다.

‘출세 지름길’이라며 남들은 부러워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였지만 갈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았다.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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