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상처를 치유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세월호 침몰사건을 애도하는 의미로 야외 행사를 전면 취소하고 차분한 가운데 치러진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1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열흘간 전주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진도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희생된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애도하고 위로하는 의미로 영화제 공식 일정, 이벤트 등을 취소하고 영화 상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개막식과 시상식에 예정된 레드카펫, 리셉션 행사도 올해는 하지 않고 간소한 무대행사로 대신한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주요 행사들은 1년여 동안 많은 스태프들이 전력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지만, 전 국민이 애통해하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애도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변경, 조정됐다”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영화제의 본령인 영화 상영을 중심에 두고 영화제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단 관객과의 대화와 마스터 클래스, 시네마 클래스, 상영작 관련 토크 등 영화와 깊이 관련된 행사는 예정대로 한다.
차분한 애도 분위기 속에 영화제가 치러지는 만큼 관람객들에게도 44개국 181편의 초청 영화들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작은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의 3D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다. 개막작 예매 2분 만에 매진된 화제작이다.
신촌좀비만화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빠진 고등학생들을 그린 ‘유령(류승완)’, 인간과 좀비의 사랑을 다룬 호러로맨스물 ‘너를 봤어(한지승)’, 만화를 좋아하는 8살 소녀와 자폐아 동생의 기묘한 외출을 다룬 ‘피크닉(김태용)’ 3편의 영화로 구성된다. 현실의 고통을 넘어서기 위한 주인공들의 상상 장면이 3차원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해외 주요 상영작 중 중남미 지역 영화가 대거 늘어났다. ‘호텔 누에바 이슬라’ ‘카사 그란데’ ‘공포의 역사’ ‘우물’까지 4편의 중남미 작품이 소개된다. 최근 급부상하는 중남미 영화는 균열되는 가족과 사회의 모습을 그리거나 지난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려고 하는 노력을 도전적 영화 기법을 통해 표현하고자 애써왔다.
또 영화란 무엇인가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도 만나볼 수 있다. ‘로셀리니:네오리얼리즘에서 휴머니즘까지’에서는 현대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영화 세 편과, 로셀리니 영화의 전문가인 아드리아노 아프라의 마스터 클래스, 아프라가 직접 연출한 ‘붉은 재’가 상영된다. 상영작 ‘독일 영년’과 ‘스트롬볼리’는 디지털 리마스터링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