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제조 장비 안전성을 규정한 한국산업표준(KS)을 활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폐지 예고 고시를 했다. 불산 누출 등 대기업 사업장에서도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폐지 여부 재검토는 물론이고 오히려 활용 촉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국가기술표준원 국가표준인증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국표원은 최근 ‘반도체 제조장비의 안전지침(표준번호 KSCIEC60204-33)’을 열람·판매 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폐지 대상으로 분류했다. 다음 달 18일까지 폐지 예고 고시 절차를 밟은 후 의견 수렴을 거쳐 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 안전지침은 제조(공정)·측정·조립·시험 등 반도체 제조 장비와 관련된 기계류의 전기·전자장비에 적용되는 산업표준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유럽통합인증(CE) 등을 참조해 제정됐다. 종전까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안전인증을 실시했지만 관련 장비 국가표준은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표준에는 “지속적인 의견 수렴으로 장비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사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는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제정 당시 취지가 무색하게 지금은 폐지 예고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국표원이 발표한 ‘국가표준 관리시스템 전면 개편’ 방침의 후속 조치다. 국표원은 활용도가 낮거나 기업에 부담이 되는 KS를 찾아내 올해까지 8000여종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2만4000여 KS 가운데 3800여종이 폐지됐다.
하지만 열람·판매 실적에 치우쳐 정비 대상을 선정하다 보니 관심은 낮지만 필요한 표준도 폐지 대상으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표준 분야 전문가는 “사용 실적만으로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위험성이 있다”며 “해당 표준을 보다 면밀히 검토하는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반도체 장비 안전 표준 활용 촉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표준이 마련된 지 2년 6개월여가 지났지만 업계 인지도는 낮다. 오는 22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반도체장비 안전표준 교육 심화과정’도 KS가 아닌 국제 표준 중심이다. 단순히 유지 여부를 떠나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활용될 수 있는 표준으로 전면 개정 또는 재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국표원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장비 안전지침 표준은 사용 실적이 적어 폐지 예고 대상에 올랐지만 업계 이견이 접수되면 실제로 폐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