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잇달아 만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강자인 퀄컴이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AI) 추론 칩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선 가운데,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와 AI 메모리 공급망을 동시에 점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아몬 CEO는 최근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일정을 소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시회나 해외 행사장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 수장들과 접촉한 사례는 있었지만, 퀄컴 CEO가 직접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방한의 핵심 배경으로는 퀄컴의 데이터센터 AI 시장 진출이 꼽힌다. 퀄컴은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AI 추론 솔루션인 '퀄컴 AI200'과 'AI250' 칩 기반 가속기 카드·랙 시스템을 공개하며 사업 확대를 공식화했다. AI200은 올해, AI250은 내년 상업 출시 예정이다. 퀄컴이 연간 단위의 데이터센터 AI 추론 로드맵을 제시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 공급망 확보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AI 추론 칩 사업은 고성능 연산기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메모리 조달 역량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메모리 기업과의 협력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AP 시장 1위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와 사물인터넷(IoT), 온디바이스 AI에 이어 데이터센터 AI 추론 영역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단 공정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모바일·고성능 메모리 공급망 전반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SK하이닉스 방문이다. 퀄컴과 삼성전자는 30여년간 모바일 칩셋과 통신 기술을 중심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온 대표적 파트너다. 반면 퀄컴 CEO가 한국을 찾아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과 직접 회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드문 장면이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AI와 차량용, 엣지 디바이스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메모리 협력 범위 역시 넓히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실제 아몬 CEO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메모리 가격 인상과 공급 부담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메모리 가격 인상으로 휴대폰 업체가 생산 계획 등을 조정하고 있다”며 “메모리 제조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전환을 가속할수록 이 추세는 심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LPDDR6X 메모리 샘플 제공을 시작했다. LPDDR6X는 차세대 모바일·AI 기기용 저전력 메모리로, 양산은 2027년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과 AI 기기 로드맵에 맞춰 삼성전자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