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에게 스카이트리는 어디 있는 걸까

3년 전 겨울날 아침,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후지산 너머 밝아오는 햇살에 눈이 부실 때쯤 금방이라도 비행기를 찌를듯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도쿄 스카이트리’였다. 634m 높이로 일본 수도권 지역의 새 종합전파탑이자 동아시아 최고(最高) 건축물이다. 옆에 앉았던 일본인 엔지니어는 “스카이트리를 본 초등학생 아들이 건축가가 되고 싶다 하더라”고 귀띔했다. 어린 아이에게 스카이트리는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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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인생 제2의 수능’이라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85개 고사장에서 열렸다. 최다 5000여명을 뽑는 상반기 공채에 10만명이 몰렸다. 이들 10만명은 다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삼성에 원서를 넣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꿈이 모두 ‘삼성’은 아닐 것이다. 기업이 신입사원 퇴사율을 두고 걱정하는 상황을 보면 꿈과 현실의 ‘불일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기업과 구직자, 국가 모두 손해다.

꿈이 사라지고 있다. 어릴 적 과학자·연예인·정치인 등 각종 직업을 들먹이며 꿈을 부르짖던 우리였지만, 막상 ‘꿈’에 대해 얘기하면 “뭐 별걸 다 말하냐”는 반응이다. 불황이 만든 현실주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고된 입시와 취업난 속에 시키는 대로 따랐기 때문은 아닐까.

10년 전 일반계 고교에서는 문·이과 반을 나눌 때 7:3의 비율로 문과가 이과를 앞질렀다. “수학을 못해도 경영학과 가면 취업이 잘 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어떻게 해서든지 수학을 잘해서 공대에 가야겠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문과생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공대생이 공채의 승자가 되며, 일찍이 취업전선에 뛰어든 고교생이 치고 올라올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보다 그저 남들 따라가기에 바빴다.

얼마 전 끝난 모 대기업의 서류전형에서 4개 국어에 유창한 지원자가 탈락해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문과 출신이었다. 문과생들의 푸념이 쏟아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잃어버린 꿈’이다. 시류가 바뀌면 또다시 그 바뀐 시류를 좇아야만 한다. 악순환이다. 우리에게 ‘스카이트리’는 어디 있는 걸까.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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