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40>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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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크’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40대 나이든 피터팬으로 연기한다. 후크선장은 피터팬의 자녀 잭과 매기를 납치한다. 매기는 후크의 교묘한 논리와 유혹에 속아 피터팬을 떠나 후크에게 스스로 인질이 된다. 욕심과 자만, 그리고 오해로 인한 증오심으로 스스로 자신을 위험 속에 던진다. 후크의 속셈을 아는 관객은 가슴 졸이며 영화에 몰입한다. 성공적인 영화에는 이런 긴장이 필요하지만 실 세계에서는 없어야 할 위험한 상황이다.

스타트업계에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대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후크가 어린아이를 홀리듯이, 스타트업들을 홀려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려는 장면을 자주 본다. 안타까워하고 가슴 졸인다. 나도 사업 초기에 여러 번 당했다. 그런데 여기는 영화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기업이 용역을 준다면 단가만 괜찮다면 감사히 받아라. 그런데 만일 대기업 담당자가 투자, 제휴, 공동사업, 전략적 관계, 그룹 전체 구매 같은 용어를 쓰면 ‘나쁜 냄새가 나는데?’라고 먼저 생각하라. 대기업 담당자의 말을 그 대기업 ‘회장’의 약속처럼 듣고 김칫국물을 마시지 말라. 위임전결 권한으로 혼자 결정한다는 말이나 다음번에 더 큰 이익을 약속하는 말에 속지 말라. 사회공헌 조직이 아니라면 스타트업에 더 이익이 되게 할 수 있는 담당자는 없다. 스타트업 기술과 인력을 공짜로나 혹은 싸게 이용하기 위해 하는 교묘한 말이다. 많은 경우 잘한 결정은 ‘안 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경쟁 때문에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보다 대기업과 협력하다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훨씬 많다. 별들의 제휴를 많이 본 탓에 스타트업들도 제휴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환상에 빠져 구멍이 뻥뻥 뚫린 너덜너덜한 계약을 대기업과 맺고 다 털리고 나서야 분노에 사로잡힌다. 항상 반복되는 데자뷔다. 표준계약서라서 고치지 못하는 계약이란 이 세상에 없다. 다만 고치기 불편할 뿐이고 누가 아쉬운지에 따라 얼마나 협상하고 버틸 수 있는지 차이가 있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잘될 이유가 열 가지가 있다면 대기업이기 때문에 잘 안 될 이유가 스무 가지는 된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 크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시키는 자가 이긴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