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36>대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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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직원들끼리 소주 한잔 기울이며 사장을 안주 삼아 씹는 것은 회사 생활의 중요한 재미다. 뒷담화 안줏거리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 대리’다. 깐깐하고 세세한 것까지 간섭하는 사장을 대리라고 지칭하며 놀려댄다. 최고경영자(CEO)들이여,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며 뒤로 숨거나 도망가지 말라.

영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샌드위치 체인이 된 프레타망제의 창업자 줄리안 멧칼프는 매장 음식의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일을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절대 만족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항상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업적을 칭찬하는 말을 절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한 일에서 즐거움을 보기보다는 실책을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리라고 불리는 한이 있어도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양보하지 말라. 중용이니, 시스템으로 일해야 한다느니, 믿고 맡겨야 한다느니 하는 그럴 듯한 말에도 속지 말라. 고객·제품 품질과 같은 핵심 분야에는 CEO가 가진 높은 기준을 지켜내고 자신의 신념을 반드시 실현하라.

팀장에게 실무를 맡기고 사장은 뒤에서 관리나 하는 회사는 현상유지는 하겠지만 발전하기 어렵다. 이것을 시스템으로 일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면 난센스다.

전문성이 없으며 시장도 모르고 심지어 자신의 회사 제품도 써본 적이 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장들에 대한 나쁜 기억이 많다. 이 과정에서 파생된 생각을 일반화하면서 사장은 일 안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장은 제품의 세부적인 것을 알고 전투의 선봉에 서서 고객을 만나고 영업도 해야 한다. 세계적인 청소용역 회사 서비스마스터는 회장은 물론이고 전체 임원이 정기적으로 학교든 공장이든 현장 청소부 일을 했다고 한다.

사장과 임원들이 자기 제품에 애정을 갖고 직접 사용하며 깊이 아는 것이 회사의 진짜 경쟁력이다. 사업은 열정도 중요하지만 핵심에서 높은 기준을 지키기 위해 사소한 것도 양보하지 않는 꼼꼼함도 중요하다.

줄리안 멧칼프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CEO가 추진하는 그것(집요한 개선)이야말로 그저 그런 것과 위대한 것의 차이를 만듭니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