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형PLC· 전기차 전기 간섭 공방 `점입가경`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개발한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용 전력선통신(PLC)칩과 전기자동차 충전기 간에 통신 간섭이 불거졌다. 기술표준 논쟁으로 번져 정부 차원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전기연구원·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주도로 실시한 전기차용 완속(AC) 충전 국제 표준(TYPE1) 방식과 한국전력의 원격검침인프라(AMI)와 상호 공존 필드 테스트 결과 통신 간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섭 정도가 심해 상호 공존 자체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실시한 급속(DC) 충전 국제 표준(콤보)과도 미미한 수준의 통신 간섭이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한다. 내용은 국내 급속충전기 표준에 콤보(TYPE1) 방식을 수용하되 완속충전기에는 국제표준 채택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만 AMI용에 고속 PLC만을 고집해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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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보다 완속 충전이 더 큰 문제

통신규격 논쟁이 급속충전기에서 완속충전기로 넘어갔다. 완속충전기는 단상 220V 7㎾를 이용해 차량에 충전하며 시간은 약 5~7시간이 필요하다. 급속충전기는 삼상 380V 50㎾ 고출력을 이용해 약 20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완속충전기는 급속과 달리 주로 가정이나 공동주택에 구축된다. 이 때문에 가정 등 수용가의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 파악해 분석하는 AMI와 충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두 장치 간 통신 간섭은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주파수 대역(60Hz)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통신 간섭으로 어느 한쪽의 정보 전달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전기 사용량에 따른 과금이나 수요관리에 필요한 정보 등 AMI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까지 완속충전기나 전기차에 고속 PLC를 적용한 완성차 업체는 없지만, 차세대 통신방식에 고속 PLC 채택이 유력하다. 이에 통신간섭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한국시장만을 위해 별도 표준규격을 채택할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LC는 다수의 다른 통신에 비교해 전기차 충전에 가장 적합하다”며 “대다수 완성차 업체가 완속(AC) 충전에 PLC통신을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출시하는 차량에는 PLC 채택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AMI에 고속PLC만을 사용한다면 전기차 산업 간 통신간섭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내 출시하는 전기차와 완속충전기에는 국제표준 채택을 단기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MI는 ‘PLC+RF’가 전기차엔 고속PLC가 대세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서만 스마트그리드 AMI와 전기차 인프라 간 통신 간섭이 극심하다. 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전PLC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실시한 AMI 보급 사업에 선정된 업체 4곳 모두 한전PLC를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 성능에 따라 데이터 수집·처리 등 실시간 검침률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업에 선정된 롯데정보통신과 우암코퍼레이션은 외산PLC를 채택했으며 현대오토에버와 벽산파워는 각각 지그비(ZigBee)와 RS485 통신을 채택해 사업 수행 중이다.

1999년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을 주축으로 스마트그리드 AMI핵심 부품인 PLC칩을 개발해 시범사업을 거쳐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한전 구축 사업 첫 해인 2010년에는 미완성된 칩을 사업화시켜 중단했고 이어 2년만에 재개된 2012년 사업 역시 상호 운용성 등 미완성 칩을 통과시키려는 부당 행위로 두 차례 모두 상용화에 실패했다. 여기에 지난해 계획된 구축 사업은 특정업체와 특허권 분쟁으로 또 한해를 넘겨 다음 달에나 착수할 예정이다.

한전PLC는 국제표준에도 등극됐지만 해외 구축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전력청의 대규모 AMI구축 사업에도 국내외 다수 기업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한전PLC는 입찰에 참여조차 못했다.

해외에서는 저·고속 PLC를 포함해 지그비 등 다양한 무선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전PLC는 2009년 ISO국제표준(IEC12139-1)에 지정됐지만 완전한 구축 사례는 없다. 반면에 미국 마벨의 PLC칩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등극, 미국 등에 적용됐으며 인도네시아·일본 등에도 사업이 진행 중이다. 퀄컴도 국제전기전자기술협회(IEEE)에 이름을 올려 미국 등에서 구축사업이 한창이다.


【표】2013년 스마트그리드 AMI 보급사업 구축 현황

【표】글로벌 스마트그리드용 통신표준 현황

【표】글로벌 전기차 업계 충전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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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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