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문제로 내장형 안테나 빠질 듯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방수·방진 기능이 잇따라 채택되면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시장이 된서리를 맞게 됐다. 현재 스마트폰 DMB 안테나는 기기 외부로 빼는 3단 접이식이 쓰이는데, 틈 사이로 물이나 먼지가 흘러들어가 방수·방진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수·방진 스마트폰 확산은 가뜩이나 성장성 한계에 봉착한 DMB 시장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5용 방수·방진용 DMB 안테나를 개발하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전자는 외부 3단 접이식 DMB 안테나를 코일처럼 말아 갤럭시S5에 탑재하려 했다. 그러나 최근 비용 상승 및 기술적인 문제로 갤럭시S5에 DMB 안테나를 빼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인 난관에 봉착하면서 DMB 수신용 동글 등 외부 액세서리를 번들 형식으로 판매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지만 편의성이 떨어져 DMB 시청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안테나는 방수·방진 기능과 관련도가 높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언팩 행사를 앞두고 레이저인쇄(LDS) 안테나를 인몰드안테나(IMA)로 교체한 바 있다.
다른 안테나와 달리 DMB 안테나는 내장형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DMB 신호는 상대적으로 저주파에 속한다. 신호가 미약해 스마트폰에서 안테나를 길게 빼 수신 감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자성체를 바꿔 감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갤럭시S5 80만원대 출고가를 노리는 삼성전자로서는 DMB 안테나를 위해 원가 상승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
회로 설계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DMB 안테나를 내장형으로 만들면 스마트폰 내부 회로 공간을 상당 부분 차지한다. 0.1~0.2㎜ 두께를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는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 DMB 안테나를 위해 디자인 혁신을 퇴보시키는 건 부담스럽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DMB 안테나가 1600만 화소 카메라나 지문인식처럼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는 없다”며 “DMB를 시청할 수 없는 국가도 많아 삼성전자가 안테나에 신소재를 적용하는 등 과감하게 베팅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도 차기 플래그십 모델 G3에 방수·방진 기능을 적용하면서 DMB 안테나를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스마트폰 결합부를 레진으로 완전히 막는 공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DMB 안테나 같은 돌출형 회로부품을 장착하기에는 어려움이 더 많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좌우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방수·방진 스마트폰에 집중하면서 DMB를 송출하는 방송사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DMB 안테나 공급사·칩 제조사 등 후방 생태계 전반이 고사 위기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DMB 방송은 통신사업자의 모바일TV·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탓에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실정이다.
DMB 방송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LG전자 제품이 DMB를 지원하지 않으면 DMB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