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이야기]역동적인(?) 한국 ‘기술株’에 감탄

○…마지막이 화려한 소재부품, 활로부터 찾아야

새벽이 오기 전 어둠이 가장 깊고, 불꽃은 꺼지기 전 가장 뜨겁다고 하지요. 소재부품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세트 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 관련 소재부품도 함께 어려워지는데 마지막만큼은 화려하다는군요. 세트 업체 입장에서는 다음 주문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처지라 가격 협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요즘 보면 PDP·피처폰용 소재부품이 딱 그 격입니다. 최근 PDP 부품이 의외의 호재를 누리고 있고 일부 피처폰 부품 업체는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는다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겠지요. 반짝하는 순간, 다음 먹을 거리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기업의 사활이 달려있을 것입니다. 그럼 다른 분야는 괜찮을까요. 전자산업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졸면 죽는다’는 말은 최근 전자 업계에 종사하는 협력사들에게 명제입니다.

○…역동적인(?) 한국 ‘기술株’에 감탄

외국계 반도체 기업 A사 지사장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볼 때마다 신기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기술 평가보다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대기업의 생산 로드맵이나 심지어는 유력 인사의 친인척이 그 회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른바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술력, 성장 잠재력, 재무구조 등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본연의 기업 가치와는 관계 없는 이슈에 따라 호재와 악재가 엇갈리는 것이죠.

A사 사장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테크주’에 대해 철저히 회사와 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내놓기 때문에 테마주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다”며 어느 나라보다 활기찬(?) 한국 주식 시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취업난 대학생에겐 ‘볼거리’ 보다 ‘일거리’

디스플레이 대기업 B사가 최근 새학기를 맞은 서울의 한 대학을 찾았습니다. 고급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죠. B사는 ‘대학 리크루트 투어’라는 이름으로 각 대학을 돌며 행사를 여는데 이날이 올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가 자랑하는 최첨단 제품들도 전시됐습니다. 최고경영자(CEO) 특강과 함께 회사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도 학생들에게 보여졌습니다. 1년간 해외로 나가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A사의 지원 제도도 소개됐죠.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화려한 ‘보여주기식’ 기업 홍보 보다는 구체적인 채용 계획 한마디가 더 절실하기 때문이겠죠. 사장님, 올해는 신입 직원 많이 뽑아주실거죠.

○…“삼성·LG 싫어요”

일반 기업에서 일정한 주기로 직원들의 담당 업무가 바뀌듯 언론사 기자들도 때가 되면 한 번씩 취재 영역이 바뀌곤 합니다. 전자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재부품 산업을 맡게 된 모 기자. 빠른 시간에 적응해보려고 이곳저곳 다니고, 전화도 열심히 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나는 삼성과 LG가 정말 싫다”고 말하는 중소기업 임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삼성·LG와 일을 하지 않는 기업도 아닌데 참 희한한 노릇이더군요. 그 분들이 왜 대기업을 싫어하는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 여러분이 더 잘 아실테고. 앞으로 취재 과정에서는 “삼성·LG 이제 정말 좋아졌다”고 말하는 중소기업 임원을 자주 만나길 전자신문 소재부품 담당 기자 모두가 바랍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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